<삼각산·사진·글>/북한산♠소식

[탐사] 북한산 '숨은벽의 겨울' (저녁, 새들의 비상)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2. 12. 13. 09:25
728x90

[탐사] 북한산 '숨은벽의 겨울' (저녁, 새들의 비상)
 양기용 기자 (발행일: 2011/02/06 23:08:12)

[탐사] 북한산 '숨은벽의 겨울' (저녁, 새들의 비상)
-SPn 서울포스트, 양기용 기자


▲ 우측 위 북한산 정상 태극기가 보이기 시작. 지난 눈에 저기 숨은벽은 아무도 오르지 못했다. (좌측 인수봉 설교벽,숨은벽,우 백운대 릿지)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양기용

산행 단상

북한산 관련 자료를 기사화하다가 남의 사진이미지를 자료사진으로 썼더니 껄끄럽기 짝없다. 올해는 몇 개 루트로 종횡무진할 계획을 세웠다. 물론 혼자 맨손으로다. 북한산은 험한 능선들이 많아 자일로 타는 스릴도 있다지만 줄매고 오르는 산은 사실 가장 안전하다. 특별한 곳을 그렇게 올라 무엇을 음미하고 감상할지 모르나, 산행이란 가다 쉬고 오르다 못오르면 돌아가는 수고를 하다보면 예기치 않는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이것이 인생이다. 오늘 택했던 '숨은벽'이 바로 그런 경우다. 어쩜 이보다 더 아름다운 감동은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숨은벽'이란 북한산 뒷편에서 뻗어 오르는 릿지가 정상부에서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에 끼어 숨어 있는 듯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상 최고로 혹독한 1월의 날씨가 풀려 영상으로 올라간 2월5일, 입춘이 어제여서 설연휴기간 내내 안개가 자욱했지만, 전날 취급했던 기사에 대한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눈산에 대한 동경에 발동이 걸린 셈이다.

여행은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던 터 자료를 찾고 정확히 그 루트를 따랐으나 밤골 초입에서 계곡을 올라가느니 가파른 산길을 한 번 넘는 게 나을 것같아 슬쩍 외도한 것이 오히려 큰 기쁨이었다.

▲ 계곡으로 오를려다가 우측 산으로 올라 다시 내려갔다. 내려다보는 전망이 좋을 것 같아서다. 295봉인데 예상대로 숨은벽과 깊은 계곡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안개가 껴 시계는 어디서도 좋지 않았으나 북한산 북편의 대장관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 북한산 절대 비경이라고 말하고 싶다. ⓒ서울포스트

햇살 쬐는 서편 벽을 보고싶어서 오후 느즈막이 산행을 시작해서인지 오르는 사람은 거의 없고 하산하는 무리들이 꽤 되었다. 단체산행이 즐거운 점도 있지만 사진도 찍고 장관을 넋놓고 바라보기에는 나처럼 혼자가 좋다. 3,40대 때야 무박으로 설악도 지리도 한라도 잘 따라 다녔지만 솔직히 이젠 체력도 안받혀 준다. ㅠㅠ

얼마전에도 대모산 구룡산을 사회단체회원 여럿이 갔는데 선발이 사람다니는 길로 쏜살같이 걷기시합하듯해 후미에서 사진 찍느라 한참 뒤 합류한 내가 한마디했다. 구룡산(九龍山) 정상에 용 아홉 마리 있어봐야 아무 소용없다고. 내 이름에 '용'자가 들어가니 내가 도착해야 비로소 용 열마리가 완성된다고 했다. 문자로 기룡점정(奇龍點睛)이랄까? ㅎㅎ

IMF이후 산행 추세는 직장에서 쫓겨난 실직자들이 삼삼오오 산으로 출근한 데 그 기원이 있다. 이후 카페와 동호회가 활성화되면서 전문화도 이뤄졌다. 등산복 갖추는 데 기 백만원씩 거품도 끼어 패션쇼를 방불케 한다. 1주일에 8회 이상씩 산에 다니는 사람도 있다. 가히 중독이다. 봄가을 웬만한 산야는 좌판만 갖다 놓으면 시장통이 된다. 비판적으로 본다면 지금 4050세대가 우리나라 산야를 초토화 시키고있다. ㅠㅠ

그들은 건강에 좋다는 이유(정력에 좋다는 이유도 포함됨)를 들기도 한다. 하긴 같은 운동이라도 헬스클럽이나 거실에서 의미없이 자전거바퀴나 돌리는 것 보다는 낫다. 오르며 좋은 사람들과 얘기하고 내려와서 한잔도하고 노래가락도 곁들일 수 있다. 또 그들은 어디를 '갔더니 (경치가) 좋고 아름답다'고 말한다. 영상도 찍고 여행기도 잘 정리해서 보관한다. 짜임새있는 온오프생활로 삶의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도 있다.

▲ 얼어붙은 계곡 ⓒ서울포스트

▲ 계곡에서 올려다 본 숨은벽 서벽은 '아이스 에이지'에 나오는 맘모스 행렬같다. ⓒ서울포스트

▲ 맘모스 옆구리? ⓒ서울포스트

그러나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그들이 좋다는 것이야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가 문제일 뿐, 내 집앞 개천에도 동네 뒷산에도 지천에 널려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들은 분대,소대단위로 몰려다니며 산야를 꽉 메우는 등산객에 놀란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들이 입고 사용하는 첨단 장비에 또 놀랜다고 한다. ㅠㅠ

할 일이 없어 산야로 몰리든 취미로 몰리든 의미를 부여하든, 우리들의 주체못하는 잉여에너지를 이명박 정부가 어차피 진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을 장비로 하지말고 삽질로 하게해서 국민경제에 도움을 줬으면 한다. 솔직히 삽보다도 숟가락으로 파게해서 한 세월이 가더라도 백성의 먹거리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복지란 바로 이런 것이다. 이건 진심으로 이 정부에 요청하는 바다,고 주먹을 불끈 쥐어들며 외쳤다. 본 사람 없제? ㅋㅋ

뜨거운 커피도 타 마시고 비평가도 혁명가도 돼 본 사이, 계곡을 벗어나 나는 어느덧 숨은벽을 오르고 있었다.

▲ 건너편 바위 봉우리가 파랑새능선의 파랑새봉(장군봉)이다. 좌측은 백운대 쪽 ⓒ서울포스트
[=건너편 봉우리가 파랑새능선의 파랑새봉(장군봉)이다. 너머 원효봉,염초봉으로 이어져 올라온 원효능선과 합류하여 백운대로 이어져 원효능선의 지능같지만 백운대 뒷벽을 받혀주는 실질적인 능선이다. 최영장군이 오른 곳이라고해서 장군봉이라는 이름도 갖고 있는데, 앞부분은 파랑새가 걸터 앉은 모양도 나고 전체는 사람의 얼굴이 백운대를 올려보고 있는 모습같다. 고려충신 최영 장군은 백운대와 관련있는 조선태조 이성계 장군에게 죽임을 당했지만 할 말이 많았을 것이다. 천지가 개벽한다해도 역시 힘좋은 간신보다는 힘없는 충신에 끌린다.]

▲ 올라온 계곡의 안개 ⓒ서울포스트

▲ 숨은벽 서벽과 백운대 사이에 한마리 새가 난다. 저 새들이 오늘 나를 매우 자극했다. ⓒ서울포스트

▲ 대슬랩을 수평으로 본 모습 ⓒ서울포스트

▲ 면이 칼로 자린듯한 게 저 슬랩에서 떨어져 나온 바위다. ⓒ서울포스트

▲ 파랑새봉(장군봉)과 아래 어금니바위 ⓒ서울포스트

ⓒ서울포스트

ⓒ서울포스트

▲ 숨은벽 능선 중앙부를 똑바로 올려보면 중간이상에서 우측으로 불안하게 기울어져 있다. 이는 원래 하단부와 연결된 것이 힘에 의해 뒤틀리며 허리부분이 이탈돼 슬랩을 만들었고, 그 아래지점에서 내려가는 지금의 길이 생겨 암벽 우측 V자계곡으로 백운대에 오른다. ⓒ서울포스트

▲ 파랑새봉 아래는 어금니 바위라고 불리는데 그것도 각도에 따라 달라 거북이가 고개를 바짝 들고 오르는 것 같기고 하고, 눈을 지그시 보면 토끼가 귀를 세우고 오르는 모습이다. 뒤는 코뿔소나 살찐 돼지가 따라가는 것 같다. ⓒ서울포스트

최고의 절경에 더한 절묘한 장관

내가 보기엔 아무리봐도 '숨은벽'은 전체가 힘 찬 말(馬)의 모양이다.
말등같은 능선의 바람이 세다. 세상은 계곡과 딴 판이다. 빙벽을 이룬 북벽이 압도한다. 이 순간 아무도 없다. 백운대 태극기가 보인다. 시야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눈위로 산짐승 자국도 나 있다. 새들이 난다. 까마귀떼다. 새떼는 석양무렵 사람이 비운 자리를 차지한다. 만약 히치콕 감독의 '새'라면 나를 공격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는 순박하고 또 무심하다. 녀석들을 사진에 담는다.

새떼의 비상은 다시 보지 못할 - 절망적인 장관이다.
눈덮힌 산정에서 홀로 향유한다는 것이 더 가슴 벅찬 감동. 아마 누가 있었다면 새들도 들지 않았을테고 들었다해도 이 흑백의 오묘한 조화(調和) - '설산오조화(雪山烏鳥畵)'를 심히 해쳤으리라. 새들은 왜 창공을 유영하는가.

▲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를 말이 달리는 것 같은 숨은벽, 최고의 절경을 정찰하는 새 ⓒ서울포스트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를 말이 달리는 것 같은 숨은벽, 최고의 절경을 정찰하는 새 - 까마귀가 남한에서는 흉조고(까치는 길조) 북한에서는 길조라고 하는데 증명된 바는 없고, 어릴적 겨울이면 논밭에 수백마리씩 내려 앉은 무리를 본 적이 있다. 얼어 죽은 것도 있었다. 까마귀고기를 먹으면 기억력이 약해진다는 낭설도 있으나 그 고기는 비삼(飛蔘) - 하늘의 인삼에 비한다고 한다. 나에게는 길조 - 모교가 '금까마귀'다.]

▲ 여기 '대장관'이 펼쳐져 있노라! ⓒ서울포스트

ⓒ서울포스트

▲ 숨은벽 북쪽으로 모습 ⓒ서울포스트

ⓒ서울포스트

ⓒ서울포스트

▲ 외계인바위, 태평양 가운데 이스터 섬이 떠올랐다. ⓒ서울포스트
[=외계인바위, 태평양 가운데 이스터 섬이 떠올랐다. 그곳 모아이 석상도 외계인이 만들었다는 미스테리가 있는데 저 바위도 누가 모양냈을까. 그 석상이나 저 바위나 3011년,4011년에도 한 곳만 응시하고 있을 것이다. 해골바위라고도 불리는데, 천상천국같아 ET와 UFO와 안드로메다 은하가 생각나는 지금엔 적절치않다. 주변의 새들이 그를 지켜주고 있는 듯]

▲ 석양의 자욱한 안개, 멀리 원효봉이 보인다. ⓒ서울포스트

▲ 눈과 안개만 보이는 상장능선 쪽 ⓒ서울포스트

ⓒ서울포스트

ⓒ서울포스트

ⓒ서울포스트

ⓒ서울포스트

▲ 인수봉과 백운대에서 봉화를 피운듯 구름줄기가 오른다. ⓒ서울포스트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 갈매기 조나단


▲ 출발지점에 도착하니 7시가 넘었다. 해가 많이 길어져 다행. 산은 깊은 적막으로 빠지고 있다. ⓒ서울포스트

▲ '출발2' 루트 ⓒ서울포스트

ⓒ서울포스트


▣ 본지 발행인 (양기용 기자)

[NEWStory makes History - 서울포스트.seoul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