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나의 몽유도원 / 박이화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1. 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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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몽유도원


박이화

 


도개온천 가는 길에 도개리가 있다
국화빵에 국화는 없어도
도개리에는 복사꽃이 있다


가다 보면 무릉도원이 옌지 젠지
복사꽃 천지를 이루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구릉 너머에는
지옥의 유황불 같은 찜질방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아무려나 사바세계가 갈수록 한증이니
저 산중의 숯가마, 불가마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은 당연지사


따지고 보면
남녀노소 벌겋게 달아오른 체위로
제 각각 뒤엉켜 있거나 뒹굴고 있는 모습이란
고대 유황불 심판으로 사라져간 소돔과 고모라 같기도 해서


약쑥, 백도라지, 당귀, 천궁
온갖 약초 향이 최음제처럼 스멀스멀 스며드는 한중 속에 있다 보면
어느새 내 몸도 수천억 개의 감각을 거느린
거대한 비밀의 제국


물론 당신의 미라는 발굴되지 않은 채
내 좌심방 좌심실 아래 한 천 년쯤
고요히 잠들어 있을

 

 

 

-계간『시로여는 세상』(2012,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