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눈동자에 살고 있는 구름 / 정선희 (201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1. 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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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동자에 살고 있는 구름

 
  정선희

 


  눈동자를 자주 쳐다보는 사람은 언젠가 떠나게 되어있지
  눈동자는 또 다른 눈동자를 부추기지 검은 눈동자 흰 눈동자 눈동자
에 살고 있는 구름
  하늘에 있는 구름이 눈동자 속으로 흘러들면
  그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게 되지
  구름이 풀린 사람을 본 적 있니? 흰구름이
  검은 구름을 침범한 걸 본 적 있니?
  그는 눈동자에 발목을 잡힌 사람,
  그의 눈동자는 지금 여기를 보지 않고
  언제나 저 멀리 허공을 보고 있지
  오래 전 김시습이 그랬고 임제와 김삿갓이 그랬던 것처럼 그는 세상
에 없는 길을 찾고 있지
  구름처럼 하늘과 땅을 오르내리고 있지
  만약 저들 중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당신도 벌써 구름이 선택한 사람,
  만약 스튜어디어스나 등반가를 꿈꾼다면
  당신은 벌써 구름에 중독된 사람
  사람 마음이 열두 번도 더 바뀌는 것도
  구름 때문이야
  마음을 붙잡고 싶다면
  눈동자를 매달아 두는 게 좋을 거야
  쉿! 저기 저 구름
  조심해!

 

 


(201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