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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해를 기다리는 노래
이기철
아직 아무도 만나보지 못한 새 해가 온다면
나는 아픈 발 절면서라도 그를 만나러 가겠다
신발은 낡고 옷은 남루가 되었지만
그는 그런 것을 허물하지 않을 것이니
내 물 데워 손 씻고 머리 감지 않아도
그는 그런 것을 탓하지 않을 것이니
퐁퐁 솟는 옹달샘같이 맑은 걸음으로
그는 올 것이니
하늘을 처음 날아 보는 새처럼
그는 올 것이니
처음 불어보는 악기소리처럼
그는 올 것이니
처음 써본 시처럼
처음 받아든 연서처럼
그는 올 것이니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디에도 때 묻지 않은 새 해가
햇볕 누이의 마중을 받으며
작은 골목 작은 대문을 향해
종종 걸음으로 그는 올 것이니
-월간『우리詩』(2009.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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