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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 음식에 손을 댄 부인에게 퇴계 선생은…>
연합뉴스 입력 2013.01.02 11:32 수정 2013.01.02 11:34"퇴계 선생의 낮춤과 섬김의 정신 배워야"
'퇴계처럼' 펴낸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장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조부의 제삿날 일가친척이 큰집에 모였다. 제사상을 차리느라 모두 분주히 움직이는데 제사상 위에서 배가 하나 떨어졌다. 막내며느리가 재빨리 배를 집어 치마 속에 숨겼다. 이를 본 첫째 며느리가 동서를 크게 나무랐다. 나중에 이를 전해 들은 막내아들은 부인을 따로 불러 치마 속에 배를 숨긴 이유를 물었다. 부인이 배가 먹고 싶어서 숨겼다고 하자 그는 치마 속에 감춘 배를 달라고 한 뒤 손수 배를 깎아 부인에게 줬다.
조선 시대 대유학자 퇴계(退溪) 이황(1501-1570)과 그의 아내 권씨 부인의 이야기다.
퇴계는 신성한 제사 음식에 손을 댄 부인을 꾸짖기는커녕 직접 배를 깎아 부인에게 줬다.
김병일(67) 한국국학진흥원장은 "퇴계의 이런 태도는 부인인 안동 권씨의 모자람을 채워주고자 했던 것"이라면서 "인간 중심적 사고에 바탕한 배려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퇴계와 여인들의 관계를 통해 퇴계의 삶과 철학을 재조명한 '퇴계처럼'(글항아리)을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퇴계의 삶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컸다"면서 "할머니, 어머니, 첫째 부인, 둘째 부인, 며느리와 손자며느리로 이어지는 '퇴계의 여인들'은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거나 큰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2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퇴계 선생이 살았던 조선 사회는 엄격한 신분제 사회이자 남존여비(男尊女卑)의 가부장적 사회였는데 어떻게 여인들에게 그렇게 잘해줄 수 있었는지 처음엔 너무 의아했는데 나중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퇴계 선생을 천 원짜리 지폐의 인물로 모시면서도 과연 퇴계 선생이 어떤 분이고 어떤 가르침을 줬는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에서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퇴계 선생의 삶을 소개하면서 인터뷰 내내 "감동"이라는 단어를 연발했다.
"부인, 며느리, 손자며느리와의 일화, 편지글에서 엿볼 수 있는 퇴계 선생의 모습은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 차이가 있었습니다. 우리 역사상 가장 존경을 받았던 퇴계 선생은 아랫사람, 특히 여인들에게 섬김과 낮춤의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선생은 우월한 위치에 있었지만 자신을 낮추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더 고개를 숙이고 그들을 더 받들려고 했습니다. 제가 감정이 무딘 사람인데도 감동,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김 원장은 퇴계 선생의 이런 모습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준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불과 50년 만에 잘살게 됐지만 삶의 질에서는 조상에게 부끄럽기 짝이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잘 살면서도 사람답게 사는 길을 찾아야 하는데 선비들이 살아왔던 길에서 많은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첫 출발점이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인 퇴계 선생의 삶입니다. 퇴계 선생 당대에는 유학을 도학(道學)이라고 했는데 도학은 일상의 삶 속에서 사람다운 길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퇴계 선생은 평생을 자신을 낮추며 사람답게 살아가셨습니다."
한국국학진흥원 원장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으로 재직하며 국학 진흥 보급에 힘쓰고 있는 김 원장은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교양 도서 발간, 조선시대 일기 자료를 이야기 소재로 제공하는 '스토리 테마파크' 사업 등을 통해 선비 정신과 우리의 옛 이야기를 널리 알릴 계획이다.
이번에 펴낸 '퇴계처럼'은 한국국학진흥원 교양총서 '오래된 만남에서 배운다' 시리즈 첫 번째 책으로 나왔다.
yunzhen@yna.co.kr
(끝)
'퇴계처럼' 펴낸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장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조부의 제삿날 일가친척이 큰집에 모였다. 제사상을 차리느라 모두 분주히 움직이는데 제사상 위에서 배가 하나 떨어졌다. 막내며느리가 재빨리 배를 집어 치마 속에 숨겼다. 이를 본 첫째 며느리가 동서를 크게 나무랐다. 나중에 이를 전해 들은 막내아들은 부인을 따로 불러 치마 속에 배를 숨긴 이유를 물었다. 부인이 배가 먹고 싶어서 숨겼다고 하자 그는 치마 속에 감춘 배를 달라고 한 뒤 손수 배를 깎아 부인에게 줬다.
퇴계는 신성한 제사 음식에 손을 댄 부인을 꾸짖기는커녕 직접 배를 깎아 부인에게 줬다.
김병일(67) 한국국학진흥원장은 "퇴계의 이런 태도는 부인인 안동 권씨의 모자람을 채워주고자 했던 것"이라면서 "인간 중심적 사고에 바탕한 배려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퇴계와 여인들의 관계를 통해 퇴계의 삶과 철학을 재조명한 '퇴계처럼'(글항아리)을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퇴계의 삶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컸다"면서 "할머니, 어머니, 첫째 부인, 둘째 부인, 며느리와 손자며느리로 이어지는 '퇴계의 여인들'은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거나 큰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2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퇴계 선생이 살았던 조선 사회는 엄격한 신분제 사회이자 남존여비(男尊女卑)의 가부장적 사회였는데 어떻게 여인들에게 그렇게 잘해줄 수 있었는지 처음엔 너무 의아했는데 나중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퇴계 선생을 천 원짜리 지폐의 인물로 모시면서도 과연 퇴계 선생이 어떤 분이고 어떤 가르침을 줬는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에서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퇴계 선생의 삶을 소개하면서 인터뷰 내내 "감동"이라는 단어를 연발했다.
"부인, 며느리, 손자며느리와의 일화, 편지글에서 엿볼 수 있는 퇴계 선생의 모습은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 차이가 있었습니다. 우리 역사상 가장 존경을 받았던 퇴계 선생은 아랫사람, 특히 여인들에게 섬김과 낮춤의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선생은 우월한 위치에 있었지만 자신을 낮추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더 고개를 숙이고 그들을 더 받들려고 했습니다. 제가 감정이 무딘 사람인데도 감동,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김 원장은 퇴계 선생의 이런 모습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준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불과 50년 만에 잘살게 됐지만 삶의 질에서는 조상에게 부끄럽기 짝이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잘 살면서도 사람답게 사는 길을 찾아야 하는데 선비들이 살아왔던 길에서 많은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첫 출발점이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인 퇴계 선생의 삶입니다. 퇴계 선생 당대에는 유학을 도학(道學)이라고 했는데 도학은 일상의 삶 속에서 사람다운 길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퇴계 선생은 평생을 자신을 낮추며 사람답게 살아가셨습니다."
한국국학진흥원 원장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으로 재직하며 국학 진흥 보급에 힘쓰고 있는 김 원장은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교양 도서 발간, 조선시대 일기 자료를 이야기 소재로 제공하는 '스토리 테마파크' 사업 등을 통해 선비 정신과 우리의 옛 이야기를 널리 알릴 계획이다.
이번에 펴낸 '퇴계처럼'은 한국국학진흥원 교양총서 '오래된 만남에서 배운다' 시리즈 첫 번째 책으로 나왔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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