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3.03.20 18:29:24, 수정 2013.03.20 18:29:24
"며느리 죽는 거는…소 한 마리 죽는 거보다 몬하다"<세계일보>
첫날밤 남편이 다른 여자와… 8번이나 결혼한 시아버지…
신동흔 교수 등 24명이 정리…생생한 경험담 책으로 펴내
“며느리 하나 죽는 거는… 큰 소 한 마리 죽는 거보다 몬(못)하다.”
“내가 어떻게 공부가 하고 싶은지 그냥 시누(이)들 그렇게 열심히 가르친 거야.”
“좋을 때 못 웃을 사람이 어딨냐. 젤(제일) 못 살겄을 때 웃고 잘 사는 사람이 제일 잘 사는 거다.”
맵다 맵다 해도 옛날 시집살이만큼 매울까. 소보다 못한 목숨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도 시누이들 공부시켜 키워낸 저력과 포용력을 가진 게 이 땅의 며느리들이다. 힘겨운 생활 끝에 얻은 지혜는 그대로 ‘삶의 문학이자 철학’이다.
아내·며느리란 이름으로 감내해야 했던 시집살이의 주인공인 할머니들의 증언이 책으로 엮여 나왔다.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신동흔 교수(사진) 등 24명의 연구자가 2008년부터 3년간 전국을 돌며 만난 할머니 109명의 경험담이 ‘시집살이 이야기 집성’(전10권·박이정출판사·각 3만원)에 정리돼 담겼다. 경험담은 시집살이를 중심으로 여성의 생애 체험을 포괄해 10개의 주제로 나눴다.
책이 전하는 시집살이는 기가 막히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첫날밤에 남편이 다른 여자를 끌어들였다는 이야기는 보통이고, 시아버지가 여덟 번이나 결혼해 계속 새로운 시어머니를 모셔야 했다는 사연도 있다. 워낙 극적인 이야기가 많은지라 소설·드라마·영화 등의 소재로도 활용될 법하다.
신 교수는 전화 통화에서 “경험담은 삶의 실상을 직접적이고 생생하게 전한다”며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이런 경험담을 정리해서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할머니들의 경험담은) 온몸으로 감당해온 역정에서만 나올 수 있는 감동의 언어였다”며 “그분들은 삶의 철학을 말하는 살아있는 철학자”라고 전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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