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투명한 대화 / 김미정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1. 2.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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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대화


김미정


 

어항의 입구가 벌어진다


그 넓이만큼 퍼진 귀의 식욕이 수면을 바라본다
물고기가 투명한 소리를 뱉는다 ; 삼킨다


언젠가 말하지 못한 고백처럼
우린 어항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어항이 꿈틀거린다
투명한 울림, 소리의 본적이다
입술을 떠나 어디론가 사라지는


힘껏 던져도 깨지지 않는 혀를
너는 내민다 ; 넣는다
 

입 모양만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당신의 말들이
쌓이고 쌓여 어항을 채운다


사다리가 늘어나고 큰 자루가 필요하다
소리가 움직인다 아래 ; 위


잎사귀들이 함께 넘친다
이제 귀는 떠난 소리를 그물로 떠올리고 있다

 
물고기들이 강을 따라 흘러간다


어항의 침묵이 시끄럽게 들리는 오후
누군가 유리컵을 두드리고


헐거워진 귀가 바닥에 떨어진다

 

 


-계간『시와 세계』(2011.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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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대화


김미정
 

 

어항의 입구가 벌어진다
그 넓이만큼 퍼진 귀의 식욕이 수면을 바라본다
물고기가 투명한 소리를 뱉는다 ; 삼킨다


언젠가 말하지 못한 고백처럼
우린 어항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어항이 꿈틀거린다
투명한 울림, 소리의 본적이다
입술을 떠나 어디론가 사라지는


힘껏 던져도 깨지지 않는 혀를
너는 내민다 ; 넣는다


입 모양만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당신의 말들이
쌓이고 쌓여 어항을 채운다
사다리가 늘어나고 큰 자루가 필요하다
소리가 움직인다 아래 ; 위


잎사귀들이 함께 넘친다
이제 귀는 떠난 소리를 그물로 떠올리고 있다
물고기들이 강을 따라 흘러간다


어항의 침묵이 시끄럽게 들리는 오후
누군가 유리컵을 두드리고
헐거워진 귀가 바닥에 떨어진다

 

 


-계간『시와 세계』(2011. 여름호)
-웹진 시인광장 선정『2012 올해의 좋은시 100選』(아인북스,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