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구름의 신전 / 주영중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1. 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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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의 신전


  주영중


 
  1 
  거대한 석판 하나에 귀를 대어 본다 먼 곳의 바람 삐걱이는 철문소
리 목덜미가 서늘하다 석판 위에 목을 놓는다 그러면 내 시선은 잠시
바람으로 일어서 신전을 빙 둘러보는 것이다 단조롭고 높고 거대한
구름만이 몰려와 쓸리고 사라질 뿐 신의 형상도 어떤 문양도 없다 나
는 다만 구름과 구름을 건너는 자

 
  2
  내가 돌 벤치에 누워 있다 목 언저리로 빠져나가는 바람 이렇게 누
워 있으면 세상은 여전히 옆으로 구르고 있다 현기증이 거리 위로 풀
어질 때마다 거리나 벤치는 잠시 내 안식의 자리가 된다 저기 허름한
사내와 검은 등의 플라타너스 사내는 등껍질을 검은 비닐에 담으며
차가운 늦가을을 건너고 있다 손끝이 아리다 서선을 긋는 그림자가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건너고 있다

 

 

 

-월간『현대시』(2008.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