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응모작은 ‘폭증’이었다. 총 5240편. 전년도 3815편보다 1425편(37.4%)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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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 문인을 꿈꾸는 예비 작가들의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와 시조 부문 예·본심 심사위원들이 14일 서울신문 회의실에서 응모작들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시조 시인 이근배, 한분순, 소설가 백가흠, 문학평론가 정홍수, 소설가 하성란씨.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3편 이상 응모한 시가 3546편으로 전년 2518편보다 40.8% 늘어난 덕분이다. 소설은 모두 682편이 응모해 전년의 457편에 비해 49.2%가 증가했다. 희곡도 254편으로 전년 145편보다 무려 75.2%가 격증했다. 전통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탓인지 시조도 509편으로 전년 401편보다 26.9%가 더 들어왔다. 다만, 동화가 232편으로 전년 272편보다 소폭 줄었고, 평론 부문도 17편으로 전년 22편보다 약간 적었다.
전국 각지 70대 남녀 ‘문학청년’들 뿐만 아니라 항공 우편으로 미국, 캐나다, 콜롬비아, 프랑스, 영국, 태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문학청년들의 원고들도 들어왔다. 예심과 본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은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을 때 신춘문예 응모 편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면서 “특히 이럴 때 등단한 작가들은 나중에 맹활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수준 높은 응모작의 폭증으로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하겠지만, 실무자들에겐 비극의 서막이었다. 원고 정리 등에 예상보다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급하게 심사위원들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소설 예심 부문에서 날카롭고 단단한 평론으로 유명한 정홍수(49) 평론가가 긴급 투입됐다. 얼떨결에 신춘문예 본심급 심사위원을 영입한 것은 행운이었다.
원래 신춘문예가 10대에서 70대까지 전 국민이 참여하는 문학 축제인 덕분에 허수 응모도 적지 않다. 그러나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다르다는 평가다. 소설 부문 예심을 맡은 하성란(45) 작가는 지난 12일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훌륭한 현역 작가들을 배출하는 창구이기 때문에, 응모하는 예비 작가들은 전통적으로 상당한 실력자들이고,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겨냥한 높은 수준의 작품을 준비하는 경향이 많다.”면서 “올해 역시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아 본심에 오를 작품들을 추려내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역시 소설부문 예심을 맡은 백가흠(38) 작가도 “몇 장 들춰보고 나서 탈락 여부를 결정할 수 없어, 끝까지 읽어야 하는 작품들이 너무 많았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실제로 본심작을 고르기 어려워서 심사 시간이 과거보다 훨씬 길어졌다.
정홍수 평론가는 예심을 끝낸 뒤 “사회적 문제나 인간 존재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이 줄어들고, 백수나 실직자, 가정 불화 등 사소한 일상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았다.”면서 “이런 문제들이 상투적인 차원에서 처리되고 있어서 아쉽다.”고 했다. 정 평론가는 “신춘문예 본심까지 갔다가 떨어진 작품들은 떨어질 만한 이유가 있었던 만큼 그 이유를 개선해서 재응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도 했다. 하 작가도 예심을 마친 뒤 “예전과 비교하면 소재가 다양하고 소설 도입부에서 어떤 이야기가 될지 예측하기 어려웠다.”면서 “개인적인 다양한 이야기는 우리 사회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어 “죽음이나, 신체 결손이나, 타인에 대한 폭력 등이 소재로 거론되는 것은 우리 사회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고 덧붙였다.
많은 사람이 꾸준히 문학에 정진하는 현상이 다행이라는 것이 중평이다. 삭막한 시대에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적인 불안과 고통이 문학을 통해 거친 방식으로 거론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하 작가는 “성폭력이나 연쇄 살인 같은 끔찍한 사회적 사건을 소설적 소재라고 생각해서 가져오는 것 같은데 이것은 사회에 대한 불안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했다.
작년보다 1425편 늘어… 지구 반대편서도 ‘뜨거운 문학열정’
2013 서울신문 신춘문예 응모작 살펴보니
1인당 응모 편수를 ‘3편 이상’으로 제한한 시 부문에서 1인당 평균 응모 편수는 4.1편. 그러나 고등학교 2학년인 한 응모자는 18편을 보내 왔다. 시는 제출하는 편수가 많을수록 응모자가 불리하다. 본선에 올라갈 작품으로 꼽아 놓았다가 뒤에 다른 시들의 수준이 떨어지면 바로 퇴출 박스로 직행하기 때문이다. 시 부문 예심을 본 길상호(39) 시인은 14일 “응모작 수준이 모두 높지만, 개성은 상대적으로 약해진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신형철(36) 평론가는 “최소 100편 이상을 허투루 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시조 부문 예·본심을 맡은 이근배(72) 시인과 한분순(69) 시인도 “지난해보다 많이 응모를 했을 뿐 아니라 수준도 과거에 비해 높다.”면서 “특히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떨어뜨리기 아까울 정도였다.”고 입을 맞춘 듯 말했다.
평론 예·본심을 본 김종회(57) 경희대 국문과 교수는 “작품들이 분석적이고 국소적이고 세분화됐다.”면서 “그러나 평론은 총체적이고 시대사적인 의미를 곁들여 포괄적으로 보려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수준은 예년과 비슷했다는 평이다. 황현산(67) 고려대 불문과 교수도 “세상과 문학 작품을 보는 깊이 있는 안목이 다소 아쉬웠다.”고 말했다.
당선자는 개별적으로 이달 말까지 통보하고, 내년 1월 1일자 신년호에 당선작과 함께 발표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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