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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명사 띄어쓰기 1 - 강바람이 불기 때문에 / 밖이 몹시 추울텐데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1. 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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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명사 중에는 앞에 꾸며 주는 말이 나와야 비로소 문장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것'이 대표적입니다. '것이 필요하다.'와 같은 문장에서는 '것'이 도통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먹을 것이 필요하다.'처럼 앞에 꾸며 주는 말과 함께 쓰면 비로소 '것'의 의미도 헤아릴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조사와 자유롭게 어울린다는 점에서는 여느 명사와 다를 바 없지만, 반드시 꾸며 주는 말과 함께 쓰여야만 오롯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명사를 가리켜 '의존 명사'라고 합니다.
의존 명사는 말 그대로 의존적인 데다가 대개 한두 글자로 되어 있어 조사나 어미와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띄어쓰기에서도 잘못을 범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조사나 어미는 앞말에 붙여 써야 하지만 의존 명사는 앞말과 띄어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태임이는 태임이 나름으로 아들뿐 아니라 딸이 주소를 알려 준 까닭까지를 알아들은 양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렸다.<박완서, 미망>
울산, 구미, 창원 등과 같은 공업 도시에는 아무래도 외지 사람이 많이 들어와 산다.
초막절 하루 전날 밤 삼경
즈음에 이곳에서 횃불을 올리겠습니다.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니?
먼 길 오느라 시장할
텐데터인데 어서 먹어라.

'예문에 쓰인 '나름, 등, 때문, 즈음, 터' 등은 조사처럼 여겨서 붙여 쓰는 경우가 많은 말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앞에 꾸며 주는 말이 나오지 않으면 온전하게 쓰일 수 없으며 '으로, 과, 에' 따위의 조사가 그 뒤에 붙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즉, 이들은 모두 의존 명사인 것이지요. 따라서 예문에서처럼 반드시 앞말과 띄어 써야 합니다.
이 밖에도 '나위, 노릇, 등등等等, 따름, 무렵, 겸, 따위' 등도 의존 명사이므로 언제나 앞말과 띄어 써야 합니다.


그런 행동과 말의 원천이 모두 내 아들과 딸은 옳다는 확신에서 나온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최일남, 그때 말이 있었네>
나라고 평생 말단 공무원
노릇이나 하라는 법 있소?

농산물 도매 시장에는 사과, 배, 귤 등등의 온갖 과일이 넘친다.
네가 이렇게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어미는 고마울
따름이다.
오후 다섯 시
무렵부터 사람들이 집에 몰려왔다.

김가는 어릴 때부터 남의 개인 병원에서 고용 약제사 사환으로 일해 왔던 사람이었다.
<황석영, 한 씨 연대기>
아버지가 겪은 고통에 비하면 내 괴로움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음 시간에는 의존 명사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 띄어쓰기가 때에 따라 달라지는 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글_ 이대성 | 어문연구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