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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정도는 되어야 제대로 표절이지(2013 광주일보 시 당선작)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1. 5.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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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삼거리 점방 / 김승필

 

 

감실감실 화랑 성냥 양초 넣고

시오리 길 전봇대 돌아 발쪽발쪽 막걸리 주전자 딱지 쫀득이 파리채 넣고

귀신같이 동네 사람 죽은 걸 척척 알아맞힌 칠복이 아재 담상담상 검정 고무신 허리띠 넣고

머리빡 기계독 오른 동네 아이 밀어 넣고

오다마 삼양라면 박카스 크라운산도 브라보콘 농심새우깡 크라운 조리퐁 뽀빠이 맛동산 회똑회똑 넣고

넙죽넙죽 상둣도가 지나갈 때 눈 한번 꿈적하고

무뚝뚝이 아버지 악다구니 밀어 넣고

알금알금 파리똥 범벅 밀레 만종 액자 춘길 아재 이발소 면도 거품 집어넣고

쑥부쟁이 구절초 애기똥풀 쇠비름 고들빼기 똘똘 말아넣고

후루룩후루룩 뚝딱 마시면 배부르겠다.

 

 

 

논두렁 / 이덕규

 

찰방찰방 물을 넣고

간들간들 어린모를 넣고 바글바글 올챙이 우렁이 소금쟁이 물거미 미꾸라지 풀뱀을 넣고   

온갖 잡초를 넣고 푸드덕, 물닭이며 논병아리며 뜸부기 알을 넣고

햇빛과 바람도 열댓 마씩 너울너울 끊어 넣고

무뚝뚝이 아버지를 넣고 올망졸망 온 동네 어른 아이 모두 복닥복닥 밀어 넣고

 

첨벙첨벙 휘휘 저어서 마시면,

 

맨땅에 절하듯

누대에 걸쳐 넙죽넙죽 무릎 꿇고 낮게 엎드린 생각들 길게 이어붙인

저 순하게 굽은 등짝에 걸터앉아

미끈유월, 그 물텀벙이 한 대접씩 후르륵 뚝딱 들이켜면

 

허옇게 부르튼 맨발들 갈퀴손가락들 건더기 째 꿀떡 꿀떡 넘어가겠다

 

<내일을 여는 작가>

<시향>2009. 봄호 

이덕규 시인

1961년 경기 화성 출생.
1998년 현대시학에 「揚水機」 외 네 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
2004년 제9회 현대시학작품상 수상
2003년 시집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 문학동네

2009년 <밥그릇 경전> 실천문학사
현재 화성에서 농사를 짓고 있음

 

 

 

출처 : 하루하루
글쓴이 : 가짜시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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