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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 위
―복효근 (1962∼)
어이, 할매 살라먼 사고 안 살라면 자꼬 만지지 마씨요
―때깔은 존디 기지*가 영 허술해 보잉만
먼 소리다요 요 웃도리가 작년에 유행하던 기진디 우리
여펜네도
요거 입고 서울 딸네도 가고 마을 회관에도 가고
벵원에도 가고 올여름 한려수도 관광도 댕겨왔소
물도 안 빠지고 늘어나도 않고
요거 보씨요 백화점에 납품허던 상푠디
요즘 겡기가 안 좋아 이월상품이라고 여그 나왔다요
헹편이 안 되먼 깎아달란 말이나 허제
안즉 해장 마수걸이도 못했는디
넘 장사판에 기지가 좋네 안 좋네 어쩌네
구신 씨나락 까묵는 소리허들 말고
어서 가씨요
―뭐 내가 돈이 없어 그러간디 나도 돈 있어라
요까이껏이 허면 얼마나 헌다고 괄시는 괄시요
팔처넌인디 산다먼 내 육처넌에 주지라 할매 차비는
빼드리께
뿌시럭거리며 괴춤에서 돈을 꺼내 할매 펴보이는 돈이
천원짜리 구지폐 넉 장이다
―애개개 어쩐다요
됐소 고거라도 주고 가씨오 마수걸이라 밑지고 준 줄이나
아이씨요잉
못 이긴 척 배시시 웃는 할배와
또 수줍게 웃고 돌아서는 할매
둘 다 어금니가 하나도 없다
*기지: 옷감, 천
-일간『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51』 (동아일보. 2013년 01월 09일)
기사입력 2013-01-09 03:00:00 기사수정 2013-01-0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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