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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조용히
이용임
나는 바다를 건너고 있어 달밤에, 잃어버린 말들을 만지고 있어 꽃잎
을, 여자가 흘린 속삭임을 보고 있어 천 년 동안, 나비의 혈관으로 흩어
진 하늘과 헤아릴 수 없는 귀들이 열린 파도 위를 맨발로, 걷고 있어 비
밀을, 꿈의 심장을, 한밤에 고인 눈물을, 꿈은 닳고 있어 오래오래, 골목
을 돌아 들판을 건너 절벽에 이르러 길들이 몸을 던질 때 이야기들이 빛
나고 있어 바위 위에서, 물이 그림자를 던지고 있어 먼 곳으로, 나는 떠
나고 있어 모든 내부가 환해지는 시간에, 투명한 뼈들을 향해 손을 내밀
고 있어 궁륭을 떠받친 기둥들, 닿을 수 없는 이름을 부르며 한없이 가늘
어지고 있어 손가락부터 발가락부터 차례로, 공기가 되고 있어 창문들이
하나 둘 닫히는 시간에 구름이, 얼굴을 놓고 가고 있어 나는 풍경이 되고
있어
-계간『리토피아』 (201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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