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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의 백석
박정원
남편을 잃은 여자와 아내를 버린 남자가 커피 볶는 집에서 백석을 읽
는다
소나무부부가 손을 꼬옥 잡고 드센 바람도 좋아라 유리창 밖에서 응앙
응앙 울고
가는 눈이 간간이 뿌려지는 전봇대에 앉아 갓볶은 커피 향을 기웃거리
는 직박구리 한 마리
강 건너 저편엔 천국행열차가 산그림자를 끌어내려 굼벵이처럼 지나
가고
서서히 지워지는 마을들
하나 둘씩 불이 켜지는 만주벌판의 집들
여자는 말없이 백석과 동침하려 이불을 펴고
마침내 도착한 나타샤와 흰당나귀를 연신 스마트폰에 담아내는 남자
당신에게로 가는 길이 세상한테 지는 길이라네 내가 좋아서 버리는
거라네
눈도 푹푹 나리지 않는데 도무지 일어설 생각을 않는다
-계간『문학청춘』 (2010년 겨울호)
-월간『시문학』 (2012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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