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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근
조명
태양으로부터 알뿌리가 배달되었다
별 하나의 폐허에게로 달려온 한 무리 꽃꿈
검정 비닐봉지를 열자 있다
멀뚱멀뚱 두근두근 바라보다가
방안으로 화단으로 들판으로 환하게 달려나가는 웃음보들
어둠은 살았어도 그냥 해맑은 게, 태양의 일?
내게 태양이라면 그 여름 그 태양일 뿐
당신은 우중에도 눈부시게 타올라 내 얼굴에 햇물들였죠
태양은 없고 알뿌리만 배달되었다
나는 한 알의 당신을 상한 가슴골짜기에 심어야겠다
그리고 오래 잠들어야겠다
살갗 뚫고 옥토를 열며 초여름이 촉촉촉 돋아
책가방 메고 비늘무늬 스커트 입고 창밖을 달려간다
도처에서 나비 떼 돌아오는 소리
이제 곧 초록원피스를 입은 꽃칸나 튀어오를 것
태양의 전화번호가 그림으로 떠오른다.
-계간『시산맥』(201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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