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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입으시겠어요?
조 명
한번, 태어나볼까요?
아랫녘으로 내려갈수록 물색 짙어지는 봄날
태양은 빛의 구멍을 열어 색의 연풍을 보내주어요
나는 바야흐로 색의 씨앗, 당신은 빛의 씨앗
흠 없는 외로움 흠 없는 그리움을 서로 알아요
사유와 인식이 뭉개진 진흙어둠 속 반짝임을 알아요
반짝임은 처음 사랑의 핵, 생명을 만들죠
수원 떠나 옥천 지나 금강 건너 금산 골짜기 돌샘
애타는 당신 지상의 이슬방울을 물들일 때
태양새 초록목덜미와 다홍가슴으로 발색하는 외로움 태양해면
말미잘 청남색 등때기와 홍자색 배때기로 발색하는 그리움
청홍 자웅 아지랑이 진동합니다
나는 바야흐로 몸의 씨앗, 당신은 존재의 씨앗
토우의 심장에 생명을 불어넣는 가루라처럼
목젖 지나 유두 지나 소름 돋는 합일의 고요한 벼락처럼
당신, 내 몸을 입으시겠어요?
태양이 먼지로 사라질 때까지 벗을 수는 없죠
한 마리 자연 속 한 마리 자연으로
한번, 태어나볼까요?
-계간『문학청춘』(2009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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