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진달래 산천 / 신동엽 - 진달래 山川 / 서지월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2. 10. 23:08
728x90

진달래 산천


신동엽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모서리엔
이름 모를 나비 하나
머물고 있었어요


잔디밭엔 장총(長銃)을 버려 던진 채
당신은
잠이 들었죠.


햇빛 맑은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남햇가,
두고 온 마을에선
언제인가, 눈먼 식구들이
굶고 있다고 담배를 말으며
당신은 쓸쓸히 웃었지요.


지까다비 속에 든 누군가의
발목을
과수원 모래밭에선 보고 왔어요.


꽃 살이 튀는 산 허리를 무너
온종일
탄환을 퍼부었지요.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그늘 밑엔
얼굴 고운 사람 하나
서늘히 잠들어 있었어요


꽃다운 산골 비행기가
지나다
기관포 쏟아놓고 가버리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그리움은 회올려
하늘에 불붙도록.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바람 따신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잔디밭엔 담배갑 버려 던진 채
당신은 피
흘리고 있었어요

 

 

 

(『조선일보』. 1959 3. 24 :『신동엽 전집』. 창작과비평사. 1975)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4편 수록 중 1편. 2007)

 

----------------------
진달래 山川


서 지 월


 

진달래꽃 속에는 조그만
草家집 한 채 들어있어
툇마루 다듬잇돌 다듬이 소리
쿵쿵쿵쿵 가슴 두들겨 옵니다.


기름진 땅 착한 百姓
무슨 잘못 있어서 얼굴 붉히고
큰일난 듯 큰일난 듯 발病이 나
버선발 딛고 아리랑고개 넘어왔나요.
 

꽃이야 五千年을 흘러 피었겠지만
한 떨기 꽃속에 草家집 한 채씩
李太白 달 밝은 밤 저어내어서
대낮이면 들려오는 다듬이 소리,


어머니 누나들 그런 날의 山川草木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쿵쿵쿵쿵 물방아 돌리며 달을 보고
흰 적삼에 한껏 붉은 진달래꽃물 들였었지요.

 

 


-일간『중앙일보』(1991년 4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