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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겨울산의 두 얼굴, 눈 - 눈에 관한 오해와 진실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2. 1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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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겨울산의 두 얼굴, 눈 - 눈에 관한 오해와 진실

눈, 이것이 너무너무 궁금해 월간마운틴 | 글 ㆍ사진 이영준 기자 | 입력 2013.02.15 11:28 | 수정 2013.02.15 11:42

 

 

Q: 눈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A: 눈사태에 1m만 묻혀도 몸을 움직일 수 없어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보기엔 가벼운 스펀지 같아 보이는 눈, 정말 눈의 무게는 그렇게 무거울까. 해결은 간단, 눈의 무게를 달아보면 된다. 500mℓ의 비이커에 건설을 채우고 저울에 달아보았다. 비이커 무게를 제외한 눈의 무게는 115g, 1ℓ면 230g인 셈이다. 습설은 이보다 무거워 약 150g의 무게가 나왔다. 1ℓ에 300g인 것이다. 눈의 종류와 생성된 지 얼마나 경과되었는가에 따라 눈은 얼음의 형태로 변해가기 때문에 부피에 따른 무게차이가 조금씩 있다.

눈은 수증기가 고체로 변한 것으로 결국 물의 고체 상태라고 볼 수 있다. 4℃의 물 1ℓ의 질량은 1kg이다. 질량보존의 법칙(화학반응을 거쳐도 물질의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법칙)에 따라 같은 양의 물 분자가 있으면 질량은 같아야 한다. 하지만 눈이 물보다 가벼운 이유는 밀도가 낮기 때문이다. 눈의 밀도는 0.2∼0.3g/cm3으로 대체로 물 무게의 20~30%정도를 나타낸다. 나머지는 공기와 이물질로 되어있다.

눈사태가 발생해 1m 깊이의 눈에 묻혔다면 전해지는 무게는 어느 정도일까. 계산해 보면 면적과 높이가 1m인 눈의 무게는 200~300kg에 이른다. 1969년 2월 설악산 죽음의 계곡에서 난 눈사태로 해외원정 대비 훈련 중이던 한국산악회 회원 10명이 매몰돼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당시 발굴 작업을 하며 파 들어간 깊이는 최고 10m에 이르렀다. 2톤이 넘는 무게가 조난자들을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Q: 눈을 끓이면 연료 소모가 얼마나 많을까?

A: 혹자는 눈을 끓이는 것은 물을 끓이는 것보다 연료 소모가 최고 8배까지 많다는 이야기 한다. 눈을 녹여 물을 만드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겨울산에서의 취사시간은 더딜 수밖에 없고, 일정에 맞춰 꼭 필요한 만큼 연료량을 계산하는 것도 중요하다.

눈 1ℓ를 녹이는데 걸리는 시간과 온도변화, 전후의 연료 소모량을 실험해 물과 비교해보았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EPI 가스 1통의 무게는 350g이다. 비이커로 눈 1ℓ를 퍼 담아 온도를 측정하니 영하 8℃였다. 스토브를 켜고 가열하니 5분 뒤에 영하 3℃, 약 7분이 지나며 물이 되기 시작했다. 물로 변한 뒤에는 온도변화가 빨라져 14분 만에 90℃까지 끓었다. 1ℓ의 눈으로 만들어낸 물의 양은 약 325ml, 실험 후 가스통의 무게는 320g으로 줄어 약 30g의 연료가 소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새 가스통의 충전량이 123g이니, 가스 1통으로 눈을 녹여 끓일 수 있는 물의 양은 약 1.3ℓ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눈을 녹여 물을 만들 때 처음 가열해 녹은 물에 계속 눈 덩어리를 집어 넣어가며 만들기 때문에, 실제로 만들 수 있는 물의 양은 이보다 훨씬 많고 연료 소모도 줄일 수 있다.

같은 조건은 아니지만 물 1ℓ를 끓이고 나니 가스통 무게는 330g으로 약 20g의 연료가 소모되어 많은 차이를 보였다.



Q:눈이 허리까지 쌓이면정말 하루에 500m밖에못갈까?

A: 눈 많기로 유명한 강원도 인제군 진동리에는 '설피밭'이라는 지명이 있다. 옆집에 마실을 갔다가 폭설이 쏟아져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눈이 많이 내려 설피가 없으면 돌아다니기 힘들다는 것이다.

흔히 '허리까지 쌓인 눈을 헤치고 러셀을 하는데, 하루 종일 500m밖에 못 갔어'라는 겨울산행의 무용담을 듣곤 한다. '이 사람 과장이 심하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러셀이 힘든 노동임은 사실이다.

보통 사람이 걷는 속도는 시속 4km다. 계산해보면 100m를 걷는데 1분 30초, 500m라면 8분여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 종일 걸어 500m라니. 하루 산행을 8시간으로 계산하면 1분에 1m밖에 걷지 못했다는 결과가 나온다.

실험 장소의 눈이 조건에 맡지 않아 허리까지 쌓이는 눈에서 걷는 정확한 시간은 알아낼 수 없었다. 하지만 20cm 정도 쌓인 눈에서 보행시간은 경사가 없는 50m를 걷는데 건강한 남자가 배낭을 메고 평균 1분 50초가 걸려 일반 등산로를 걷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눈에서의 보행은 눈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걷는 데 가장 힘이 드는 눈은 굳지 않은 분설로, 잘 뭉쳐지지 않고 순식간에 구덩이에 빠지기도 해 운행을 어렵게 한다. 러셀은 혼자서 하는 것보다 사람이 많을수록 좋다. 러셀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팀워크로, 어떻게 협력하는가에 따라 운행 거리와 체력소모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앞장선 사람은 눈에 첫 발을 디디기 전 피켈이나 스키스톡에 의지해 체중을 완전히 싣기 전에 두세 번 가볍게 디뎌 확인한다. 이후 생긴 발자국에 가장자리의 눈을 다져넣어 깊이 빠지지 않도록 한다. 두 번째 사람부터는 앞사람의 발자국을 따르되 계속 구멍에 눈을 집어넣어 더 단단한 발디딤이 되도록 한다.

눈이 허리까지 쌓였다면 설피나 스키를 사용하거나, 배낭을 벗고 엎드려 수영하는 방식으로 전진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Q: 설동은 정말텐트보다 따뜻할까?

A: 설동이냐 텐트냐. 겨울산의 밤은 늘 이런 고민이 들게 한다. 흔히 '설동에서 땀을 흘리고 잤다'는 말을 듣곤 하는데, 설동이 텐트보다 훨씬 따듯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설동을 만들려면 적어도 2m 이상 적설량이 돼야 하고, 하룻밤 사용하기에는 만드는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 간편하게 설치하고 이동이 자유로운 텐트와 고민이 되는 것이다.

실험장소인 선자령은 마지막으로 눈이 내린지 일주일 정도 지나 전부 러셀이 되어있고 대부분 단단하게 크러스트 되어 설동을 만들 조건에는 부족했다. 그래서 눈 블록을 이글루처럼 높게 쌓아 안을 파 들어가는 방식으로 설동을 만들었다.

바깥 기온은 영하 10℃로 바람이 많이 불어 체감온도는 이보다 훨씬 낮았다. 사람 한 명이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온도계로 측정해 본 결과 텐트 안 온도는 영하 5℃, 설동 안 온도는 영하 2.5℃로 설동이 2.5℃ 가량 더 기온이 높았다. 바깥과의 온도차가 최대 7.5℃이고, 바람도 불지 않기 때문에 체감온도는 이보다 훨씬 따뜻한 것이다.

처음 내린 눈의 부피 중 90%는 공기다. 그만큼 공기층이 많아서 설동을 만들 경우 공기가 단열재로 작용한다. 그래서 안을 덥힐 경우 텐트보다 열손실이 적어 따듯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설동에 들어가 생활하는 경우 설동 천장이 녹아내려 물방울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설동은 입구의 방향에 따라 온도차가 크다. 입구는 바람이 부는 반대방향으로 나 있어야 하며 응달지지 않은 곳이 좋다. 잠잘 때는 설동 입구를 배낭 등으로 막아 열손실을 최대한 막는 것이 보다 따듯한 잠자리를 만드는 비결이다.



Q: 눈은 바로 먹을 수 있을 만큼 깨끗할까?

A: 겨울산에서 야영하다보면 눈을 끓여 물을 만들어 먹을 때가 많다. 히말라야 등 만년설이 있는 곳에서도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물을 만들려면 눈을 녹이는 수밖에는 없다. 하지만 최근 환경오염으로 산성비가 내리는 날이 늘고 산성눈도 내리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눈을 녹여 먹어도 될까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산성눈이 잘 내리는 공장지대나 대도시 주변뿐 아니라 외딴섬이나 산간지방도 대기오염물질의 이동으로 산성비가 내리고 특히 겨울철은 난방으로 인한 대기오염 물질의 발생이 더 많아 산성비나 눈이 자주 내리고 있다.

먹는 물 수질기준 검사는 미생물에 관한 항목, 건강상 유해한 무기·유기물질에 관한 항목, 소독제 및 소독부산물질, 심미적 영향물질 등 무려 55개나 된다. 눈을 끓여서 바로 먹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각 항목을 전부 테스트해봐야겠지만, 간단하게 수소이온농도 테스트와 부유물질(Suspended Solids) 검사를 수질검사기관에 의뢰해 보았다.

수소이온농도는 산성도를 측정하는 것으로 pH7이 중성이고 그보다 숫자가 낮으면 산성, 높으면 알칼리성이다. pH5.6보다 낮은 수치가 나오면 산성비로 분류하며, 수질기준에는 pH5.8~8.5까지, 약산성부터 약알칼리성의 물이 식수로 적합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부유물질 검사는 105℃ 오븐에서 2시간동안 가열 후 남아있는 잔류물을 보는 것으로 일반적인 수질검사에 사용된다. 1리터당 30mg 이하의 잔류물이 나오면 1등급으로 분류하는데, 깊은 산의 계곡물은 대부분 여기 해당된다. 60mg 이하는 2등급으로 일반 하천이다.

시료로 사용한 눈은 강원도 평창군 발왕산 용평리조트 인근 숲에 쌓인 것으로 내린 지 일주일 정도 된 것이다. 현장에서 눈을 녹여 pH시험지로 본 결과 pH5에서 6사이의 색이 나와 산성을 나타냈다. 전문기관에 시료를 보내 정확한 산성도를 측정한 결과는 pH4.71로 강한 산성도를 나타냈다. 부유물질은 56mg/ℓ로 2등급에 해당됐다. 이 검사만으로 눈 녹은 물의 식수사용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눈은 보기만큼 깨끗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Q: 눈밭에서는 감기에 안 걸릴까?

A: 어제 스키장에 가서 감기가 걸렸어"라고 하면 거짓말이라는 사람들이 있다. 눈밭은 자외선이 강하기 때문에 감기바이러스가 죽는다는 것이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언뜻 생각해보면 '정말 그런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왠지 터무니없는 궤변 같기도 하다.

이수진(이화여대 약대)씨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바이러스가 자외선에 의해 죽는다는 보고는 지금까지 없고, 눈밭이 아니라도 자외선은 늘 존재한다. 감기와 자외선의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감기는 추위와 같은 온도차에 의해 걸린다고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감기의 원인이 추위가 아니라는 사실은 북극에서 가까운 '스피츠베르겐제고'라는 섬에서 입증됐다. 이 섬은 마지막 배편이 10월에 떠나면 다음해 5월까지 육지와의 교통이 완전히 끊겨 버리는 곳이다. 그동안 섬의 주민들은 영하 20℃ 이하의 혹한 속에서 생활하는데 이 때 감기에 걸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다음해 5월이 되어 첫 배가 들어오면, 감기에 걸린 승무원으로부터 섬의 누군가 감기를 옮아 주민들 사이에 유행한다고 한다.

감기에 걸리는 직접적인 원인은 바이러스다. 감기의 정식 명칭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이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대부분 추위에 강하며 건조하고 습도가 낮은 곳에서 가장 잘 생존한다. 따라서 춥고 건조한 겨울에 감기에 걸리기 쉬워 온도차에 의해 발생한다는 오해를 갖게 된 것이다. 또한 추운 계절에는 호흡기 기능이 저하되어 감기에 걸리기 쉽다. 즉 감기란 감기바이러스가 존재하며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 그리고 저항력이 약해진 인체 상태의 삼박자가 맞아야만 걸리는 것이다.

때문에 히말라야와 같은 고산에서도 감기에 걸리는 경우를 자주 본다. 하지만 남극에서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지상에서 기온이 가장 낮다는 남극은 연평균 기온이 영하 23℃로, 1983년 7월, 지상에서 관측된 최저 기온인 영하 89.6℃가 관측된 곳이다. 이러한 환경은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도 활동할 수도 없기 때문에 남극에서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감기를 예방하려면 실내에 있을 때 환기를 철저히 하고 감기바이러스에 강한 저항력을 갖고 있는 비타민C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외출 뒤에는 반드시 양치질을 하거나 손을 깨끗이 씻어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