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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가 이곳을 직접 방문해 준 것에 무척 감사하고 있습니다. 바쁘실 텐데 이렇게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는 '고맙게 여기다'라는 뜻을 나타내기도 하고, '고마운 마음이 있다'라는 뜻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전자는 동작을 나타내므로 동사이고, 후자는 상태를 나타내므로 형용사입니다. 움직임을 나타내는 동사는 진행형-는, -고 있다이나 명령형-어라 등으로 쓰일 수 있지만,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는 진행형이나 명령형으로 쓰일 수 없습니다. 즉, '감사하다'가 동사일 때에는 '감사하는, 감사하고 있다, 감사해라'와 같은 꼴로 활용할 수 있지만, 형용사일 때에는 그렇게 활용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날은 차차로 차차로 밝아 오다가 삽시간에 아주 훤하니 밝는다. <채만식, 탁류> 이 밤에야 어디를 가랴, 낼 아침 밝는 대로 떠나겠노라 했다······.<김유정, 솥>
초저녁부터 달이 휘영청 밝았다. <문순태, 타오르는 강> 아무리 눈이 밝은 사람이라도 서로의 얼굴을 알아보기가 힘든 거리였지만······. <이문열, 변경>
위 예문 중에서 앞의 두 문장에 쓰인 '밝다'는 동사이고, 뒤의 두 문장에 쓰인 '밝다'는 형용사입니다. '밤이 지나고 환해지며 새날이 오다'라는 뜻으로 쓰인 '밝다'는 동사이기 때문에 '날이 밝는다, 날이 밝고 있다'와 같이 쓰일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빛이 환하다'나 '감각이나 지각 능력이 뛰어나다'와 같은 뜻으로 쓰인 '밝다'는 형용사이므로 그저 '밝았다, 밝은'과 같은 꼴로만 쓰일 수 있는 것입니다.
당신들이 보내 준 구호 의류는 대부분이 너무 커서 고아들의 몸에는 맞질 않아요. <홍성원, 육이오> 나는 그래도 대제학 김병학은 다른 김씨네보다 아량이 크고 사람을 알아볼 줄 알았더니 초록은 동색同色이오그려! <박종화, 전야>
날씨가 건조하면 나무가 크지 못한다. 너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보통 형용사로만 아는 '크다'도 동사로 쓰일 때가 있습니다. 앞의 두 문장에서는 형용사로 쓰였고, 뒤의 두 문장에서는 동사로 쓰였습니다. 무엇이 보통 정도를 넘은 상태를 나타낼 때는 형용사이지만, 키가 자라거나 어른이 되거나 하는 경우와 관련이 있을 때에는 동사입니다. 그저 형용사로만 쓰이는 '작다'와는 다른 점이지요. '굳다'도 '단단하거나 강하다'라는 뜻일 때는 형용사이고, '단단하거나 딱딱하게 되다'라는 뜻일 때는 동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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