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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 유자효 (마음이 머무는 시)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3. 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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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유자효(1947~  )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온 어린 노루
사냥꾼의 눈에 띄어
총성 한 방에 선혈을 눈에 뿌렸다

 

고통으로도
이루지 못한 꿈이 슬프다

 

 

[시평]
유난히 눈이 많은 올 겨울. 산간마을은 때때로 눈에 묻혀 길이 막히기도 했다고 한다. 길이 끊어진

것은 사람의 마을만이 아니라고 한다. 산과 들에도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산짐승이나 날짐승들도 먹

이를 구하지 못해 산속을 이리저리 헤매다, 먹이를 구하기 위해 사람이 사는 마을로 내려오기도 했

다고 한다.


폭설로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온 어린 노루. 인간의 총성에 그만 선혈을 눈에 뿌린 채 쓰러져 버

렸다. 먹이를 찾아 헤매던 어린 생명이 고통스러워하며 죽었을 그 아픔. 순백의 눈 위에 뿌려졌을

그 선혈. 순백의 눈과 선혈과 고통, 그 사이에서 시인은 ‘이루지 못한 슬픈 꿈’을 바라보곤 안쓰러

워한다.


이루지 못한 슬픈 꿈. 마을로 내려온 한 마리 어린 노루의 꿈만이 아니리라. 먹이를 찾는 모든 존재

에게 난사하는 폭력, 그 폭력에 의하여 뿌려진 모든 선혈에는 이루지 못한 슬픈 꿈, 자리하고 있으

리라.

윤석산(尹錫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