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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편지 - 독일의 애송시 '로렐라이'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3. 1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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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렐라이

내 마음이 왜 이렇게 슬픈지 그 까닭은 알 수 없지만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하나가 내 마음을 떠나지 않네
바람은 차갑고 날은 어두워졌으며 라인 강은 고요히 흐르고 있네
산꼭대기는 저녁 노을로 눈부시게 빛나는데
저 건너 언덕 위에는 놀랍게도 아름다운 아가씨가 앉아
금빛 장신구를 반짝거리며 금발을 빗어 내리고 있네
황금 빗으로 머리카락을 빗으며 그녀가 노래를 부르네
기이하고도 웅장한 선율로 퍼져 나가는 그 노래는
조그만 배에 탄 뱃사공의 마음을 사무치는 아픔으로 사로잡네
사공은 암초를 보지 못하고 멍하니 언덕 위만 쳐다보고 있네
저 물결이 배와 사공을 함께 삼켜 버릴 것 같네
로렐라이, 그녀가 부른 노래 때문에
하이네는 이 시를 독일의 낭만주의 시인 클레멘스 브렌타노Clemens Brentano, 1778~1842가 1801년에 지은 서사시 '로레 라이'를 바탕으로 지었다고 한다. 이 시의 내용은 대략 이러 하다. 라인 강변 바하라흐Bacharach라는 곳에 '로레 라이' 라는 이름의 마녀가 살았는데 너무나 아름다워 많은 남자 들이 그녀를 쫓아다니다가 패가망신했다. 이에 주교가 로레 라이를 심판하려 했으나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순간 마음을 바꾸어 사형 선고를 내리는 대신 수녀가 될 것을 명하였다. 하지만 로레 라이는 마녀 생활에 지치고 숱한 남자들의 속임수에 진절머리가 나서 죽기를 바랐다. 기사 들에게 이끌려 수도원으로 가는 도중 라인 강 옆 높은 절벽 에 올라간 로레 라이는 멀리서 노를 저어 오는 배가 보이자 '저 사람들이 틀림없이 나의 사랑일 거야'라고 말하면서 낭 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 이때 기사들도 그녀를 따라 떨어져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클레멘스가 지은 서사시에는 중세 시대에 성행했던 마녀 이야기, 남자를 유혹하여 살아남지 못하게 만드는 뱀파이어 같은 여인의 이야기, 사랑에 빠져서 가산을 탕진하는 남성 들의 이야기, 또 사랑에 실망하여 결국은 낭떠러지에 떨어 져 자살하고 마는 여인의 이야기 등 현대 수사극에나 나올 것 같은 극적인 테마들이 모두 담겨 있다.
 
         
 
 
또 다른 전설에 따르면 로렐라이라는 소녀가 연인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후 실망에 빠져 바위에서 몸을 던진 뒤, 신화 속의 바다 괴물반인반조,半人半鳥이 되어 뱃사람들을 파멸 로 빠트리는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뱃사람들이 절벽 위에 서 머리카락을 빗으며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하는 요정에게 도취되어 넋을 잃고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 배가 물결에 휩쓸려 난파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로렐라이가 떨어져 죽었다는 그 언덕 아래로는 강이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서 배가 얕은 물가로 밀려나 좌초되는 경우가 아직도 종종 생긴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의 연민을 이끌어 내고 민요로까지 전해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편, '로렐라이'의 전설은 많은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을 주었는데 1856년에는 헝가리 음악가이자 작곡가인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에 의해 피아노곡으로 만들어 졌으며 오케스트라 솔로곡으로도 만들어졌다. 독일 함부르 크 태생인 멘델스존Mendelssohn, 1809~1847은 로렐라이를 주제로 오페라를 만들었고, 베를린의 작곡가 파울 링케Paul Lincke, 1866~1946는 1900년에 '소녀 로렐라이'라는 제목으로 오페레타를 작곡하여 선보이기도 하였다. 오늘도 로렐라이의 소녀는 황혼으로 물든 산마루에 홀로 앉아 금발의 머리카락을 빗으며 아름답고 웅장한 선율로 사공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한 많은 여인의 모습 속에서 '아리랑'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