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렐라이
내 마음이 왜 이렇게 슬픈지 그 까닭은 알 수 없지만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하나가 내 마음을 떠나지 않네 바람은 차갑고 날은 어두워졌으며 라인 강은 고요히 흐르고 있네 산꼭대기는 저녁 노을로 눈부시게 빛나는데 저 건너 언덕 위에는 놀랍게도 아름다운 아가씨가 앉아 금빛 장신구를 반짝거리며 금발을 빗어 내리고 있네 황금 빗으로 머리카락을 빗으며 그녀가 노래를 부르네 기이하고도 웅장한 선율로 퍼져 나가는 그 노래는 조그만 배에 탄 뱃사공의 마음을 사무치는 아픔으로 사로잡네 사공은 암초를 보지 못하고 멍하니 언덕 위만 쳐다보고 있네 저 물결이 배와 사공을 함께 삼켜 버릴 것 같네 로렐라이, 그녀가 부른 노래 때문에 |
하이네는 이 시를 독일의 낭만주의 시인 클레멘스 브렌타노Clemens Brentano, 1778~1842가 1801년에 지은 서사시 '로레 라이'를 바탕으로 지었다고 한다. 이 시의 내용은 대략 이러 하다. 라인 강변 바하라흐Bacharach라는 곳에 '로레 라이' 라는 이름의 마녀가 살았는데 너무나 아름다워 많은 남자 들이 그녀를 쫓아다니다가 패가망신했다. 이에 주교가 로레 라이를 심판하려 했으나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순간 마음을 바꾸어 사형 선고를 내리는 대신 수녀가 될 것을 명하였다. 하지만 로레 라이는 마녀 생활에 지치고 숱한 남자들의 속임수에 진절머리가 나서 죽기를 바랐다. 기사 들에게 이끌려 수도원으로 가는 도중 라인 강 옆 높은 절벽 에 올라간 로레 라이는 멀리서 노를 저어 오는 배가 보이자 '저 사람들이 틀림없이 나의 사랑일 거야'라고 말하면서 낭 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 이때 기사들도 그녀를 따라 떨어져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클레멘스가 지은 서사시에는 중세 시대에 성행했던 마녀 이야기, 남자를 유혹하여 살아남지 못하게 만드는 뱀파이어 같은 여인의 이야기, 사랑에 빠져서 가산을 탕진하는 남성 들의 이야기, 또 사랑에 실망하여 결국은 낭떠러지에 떨어 져 자살하고 마는 여인의 이야기 등 현대 수사극에나 나올 것 같은 극적인 테마들이 모두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