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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우리말 - 옛날의 밥 오늘의 밥 / 밥은 끓이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이다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3. 2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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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그리워하면서 현재나 미래를 비관하는 시선은 언제나 있었다. 글쓴이는 맛있는 밥을 먹지 못하게 된 세태를 개탄하고 있다. 구공탄 불, 가스 불, 전기밥솥이 일차적 원흉이고, 수돗물과 스테인리스 그릇, 밥 짓는 이의 솜씨 들도 문제로 지적된다. 밥은 끓이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이기 때문이다.
'밥을 짓는다'는 말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 '옷을 짓다'라거나 '집을 짓다', '이름을 짓다'라는 식으로 쓰는 게 '짓다'라는 동사다. '글을 쓴다' 대신 '글을 짓다'로도 쓸 수 있다. '밥을 한다' 대신 '밥을 짓다'로 쓰는 것처럼. '짓다'를 넣은 문장은 정결해진다. 깨끗하고 질서 있는 법도가 풍긴다.
우리는 지금 '밥'이 아닌 '밥 같은 것'을 먹고 있는가. 장작불을 때어 가마솥에 밥을 지어 먹는 가구는 얼마 없을 것이다. 대신, 글쓴이가 개탄하는 전기밥솥이 그 일을 어느 정도는 해내고 있다. 점점 진화되고 있는 전기밥솥 중 어느 모델은 "**가 맛있는 맛을 완성했습니다."라며 밥이 다 된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밥을 짓는 일은 '육감의 영역'이라 했다. 육감이 없는 사람은 노력해도 끝내 할 수가 없다는 무서운 말이다. 그러니 밥맛의 민주화를 얼마쯤 이루어 준 전기밥솥은 문명의 이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글쓴이의 이 말은 참 좋다. 밥은 서리서리 퍼야 한다는 말. 삶은 국수나 가는 명주실을 가지런히 놓듯, 눈이 조용히 땅에 닿듯, 밥은 그렇게 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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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원. 1927∼1990. 시인. 서울에서 태어나 국학대학 국문과를 졸업하고 용산고등학교, 진명여자고등학교 교사를 지냈다. 시집으로 <하나의 행렬>
1955
, <위치>1957, <사월 이후>1960, <공휴일>1968, <꽃의 의지>1975, <얼굴을 주제로 한 다섯 개의 시>1985 등이 있고 소설집 <여학생 지대>
1967가 있다. 현대 문명과 도시인의 일상을 서정적으로 노래하며 도시인의 감성이 담긴 주지적인 경향의 시로 평가된다.
 
다음 시간에는 1930년대의 조선 여성들이 희망했던 남성상남편감에 대해 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