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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우리 속담 ① 아픔과 진심을 공유하는 진정한 벗의 참모습 - 겨울이 되어야 솔 푸른 줄 안다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3. 13.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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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 '삐리리리' 손전화가 소리를 냅니다. 전화기를 열어 보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내용의 설날 인사들입니다. '사람들이 참 부지런하기도 하구나, 이 많은 인사들에 어떻게 답을 하나' 생각하다가 다시 들여다보니 나한테만 보낸 인사가 아닌 것을 알겠습니다. 이런 새해 인사에는 어떻게 답을 해야 할까요? 여러분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같은 내용의 새해 인사를 보내셨나요?

세상살이가 빨라지면서 덩달아 사람살이도 빨라졌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쓸모에 따라 무겁고 가벼움을 따지게 되었지요. 그래서 요즘에는 관계를, 혹은 사람을 '관리'한다는 말을 종종 쓰곤 합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이른바 '자원'이 되는 시대인 것입니다. 집안의 물건이나 재산을 살피고 불리듯이 친구와 동료, 심지어 가족까지도 '관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물이 아니면 건너지 말고 인정이 아니면 사귀지 마라'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인정人情이란 나에게 이로운가 해로운가를 따지지 않고 주고받는 마음입니다. 때로는 옳은가 그른가의 판단을 넘어서기도 하지요. '미운 정'이란 말도 있듯이 인정은 내 의지를 넘어서 있기도 합니다. 주려고 해서 주거나 받으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뜻이겠지요. 오죽하면 '싸우면서 정 든다'고 할까요?
인정으로 사람을 사귀려면 어찌해야 할까요? 속정이 깊어야 합니다. '앞에서 꼬리 치는 개가 뒤에서 발뒤꿈치 문다'고 내 앞에서만 밝은 낯빛으로 대하는 사람, 내 귀에 듣기 좋은 단말만 하는 사람은 속정이 깊은 사람이라 할 수 없지요. 또 둘도 없는 사이였다가도 금세 마음이 변하는,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사람도 속정 깊은 사람은 아닙니다.
'물은 건너 봐야 알고 사람은 지내 봐야 안다'고 했습니다. 사람을 처음 보아서는 알 수 없고 지내면서 사귀어 봐야 알 수 있으니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사귐 속에서 만들어지는 관계와 동떨어진 채로는 그 사람이 진정한 나의 벗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뜻일 겁니다.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가에 따라 아무리 좋은 사람도 내 벗이 되지 못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다지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도 진정한 내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겨울이 되어야 솔 푸른 줄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비로소 내가 맺어 온 관계의 가치가 드러난다는 말입니다. 진정한 벗의 참모습은 대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관계는 상황을 통해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내가 진정으로 외롭고 힘겨울 때 내게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 내가 끓어오르는 속울음을 삼키며 말없이 눈물 흘릴 때 내 뺨에 흐르는 눈물을 따뜻하게 닦아 주는 사람, 그 사람이 '나의 벗'입니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이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고갱이입니다. 진정한 벗을 찾는다면 나 스스로 누군가의 참된 벗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공감할 때 나도 누군가의 공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십 명에게 보내는 문자 인사 대신 내 마음에 꼭 담고 있는 몇몇 친구들에게 진심이 담긴 소박한 인사를 보내 보세요. 그 친구들도 기뻐하며 가슴 설렌 답장을 보내올 것입니다.
     

글_김영희

경기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구비 문학을 전공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비극적 구전 서사의 연행과 '여성의 죄'>, <한국 구전 서사 속 여성 섹슈얼리티에 대한 신경증 탐색>, <한국 구전 서사 속 '부친살해' 모티프의 역방향 변용 탐색> 등의 논문과 <구전 이야기의 현장>, <숲골마을의 구전 문화>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