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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행逆行'이란 변하는 방향이 거꾸로, 즉 뒤에서 앞으로 영향을 주는 경우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ㅣ 역행'이라 함은, 뒤 음절의 모음 'ㅣ'가 앞 음절에 영향을 준다는 뜻이지요. '동화同化'란 소리가 같거나 비슷해지는 경우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ㅣ 역행 동화'란, 뒤 음절의 'ㅣ'의 영향으로 앞 음절의 모음이 'ㅣ'와 비슷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풀 수 있겠네요. '고기'의 '고'가 '괴'로 바뀐 까닭은 뒤 음절의 'ㅣ' 때문입니다. 'ㅣ'가 앞 음절의 'ㅗ'에 영향을 주어 'ㅣ'와 가까운 소리, 즉 같은 전설모음前舌母音인 'ㅚ'로 바뀐 것이지요. '손잡이'를 '손잽이'라 한다든지, '오이소박이'를 '오이소배기'라 한다든지, '호랑이'를 '호랭이'라 한다든지, '창피하다'를 '챙피하다'라 한다든지 하는 것도 모두 'ㅣ 역행 동화'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표준어 규정에서는 원칙적으로 'ㅣ 역행 동화'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공적인 자리, 특히 공문서에서는 '괴기'니 '호랭이'니 하면 안 되는 것이지요. 물론 다들 잘 쓰고 계실 테고요. 밖에 내다보이는 아지랑이 가물거리는 봄은 여간 아름답지 않았다. <한설야, 탑> 밤마다 식은땀으로 탕진해 버린 나의 몸뚱이는 끓어오르는 포장로 위의 아지랑이 속에서 더 견디어 낼 수가 없었다. <서기원, 이 성숙한 밤의 포옹> 그런데 일부 단어는 'ㅣ 역행 동화'가 일어난 형태를 표준어로 알고 잘못 쓰는 일이 많습니다. '아지랑이'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봄날 햇빛이 강하게 쬘 때 공기가 공중에서 아른아른 움직이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은 '아지랑이'입니다. 'ㅣ 역행 동화'에 의한 표기인 '아지랭이'는 표준어가 아닙니다.이놈! 그래도 잔말이구나. 나를 욕되게 할 셈이냐? 아비 말을 거역하는 것은 불효가 아니더란 말이냐? <박경리, 토지> 나 같은 거야 본시 어미 구실을 못하니 말할 것도 없지마는······.<한설야, 탑> 아기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이불을 들치고 아기를 끌어다가 품었다. 젖을 물렸다. <한승원, 굴>'아비, 어미, 아기'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흔히 '애비, 에미, 애기' 등으로 말하곤 하는데 이들은 모두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아비, 어미, 아기'가 바른 표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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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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