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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을 낳은 말들② - '당신을 만난 순간 꿀먹은 벙어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4. 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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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로 만들어 버렸잖아 - <내 품이 좋다던 사람> 하하, 타우2012
당신을 만난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네 - <미미> 미미시스터즈2011
말이 없는 벙어리, 피해망상 고집 덩어리 - <최면> 케이윌2009


위의 노랫말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드세요? 그저 말 못할 고민으로 애태우는 사람으로만 느껴지시나요? 하지만 위 문장이 삽입된 대중음악들은 방송 부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유는 바로 '벙어리'라는 용어 때문입니다.

벙어리는 언어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언론 매체나 대중음악에서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라는 인식은 없이 '말 못하다'는 뜻을 강조하거나 비유하는 표현으로 자주 사용합니다. 아무래도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표현이 대중들의 관심을 사기 좋기 때문이지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일각에서는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과는 별개로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비록 장애인의 행동 양태를 서술한 것이지만, 노랫말로 굳어지는 과정에서 겉에 드러난 뜻보다는 비유의 뜻이 더 두드러지므로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것이지요. 또 이를 일일이 피하다 보면 우리말의 주요 표현 수단 중 하나인 속담이나 관용구를 사장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우리말에는 장애 또는 장애인을 비유적으로 사용하는 속담이나 용어가 많습니다.
 
국세청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 ㅅ신문2008. 7. 25.
위기 대응 과정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이어서 – ㄴ신문2008. 7. 18.
'절름발이 내각'으로 정권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 ㄷ일보2008. 2. 15.

물론 '벙어리 냉가슴'을 '언어 장애인 냉가슴'으로 고쳐 쓸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듯, 해당 장애인이 이 말을 듣는다면 분명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따라서 다수가 공감하는 그럴듯한 표현이니까 소수자나 약자는 잠시 눈을 감거나 귀를 막으라는 식의 논리는 자칫 다수의 횡포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말들은 신체에 장애가 있는 사람은 지적 능력이나 감정 표현에도 장애가 있을 것이라는 편견을 심어 줄 수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되도록 이런 말 대신 다른 표현을 찾아서 써 보려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그런 뜻에서 위의 기사들을 이렇게 고쳐 보면 어떨까요?

국세청이 말 못할 고민에 빠졌다.
위기 대응 과정은 주먹구구식이어서
엉성한 내각으로 정권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굳이 장애와 관련된 비유 표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사실을 전달하는 방법은 많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문제일 뿐이지요. 공공성이 짙은 언론 매체와 대중음악 등은 국민의 언어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이런 용어의 사용을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