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가난한 사랑 노래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다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시집『가난한 사랑노래』(실천문학사, 1987)
-『신경림 시전집 1)』(창비, 2004)
--------------------------------
갈대들
이재무
강변에 줄지어 서 있는 갈대들
불어오는 바람
세차게 몸 흔들어대도 갈 데가 없다
갈대라고 해서 왜 가고 싶은 곳이 없겠는가
깊숙이 내린 뿌리 악착같이 움켜쥔
진흙 터전 차마 떠날 수 없어
흐르는 강물에 제 그림자 드리우고
달빛 사무쳐도 별빛 영롱해도
제 몸 안에 고인 갈 빛 울음
밤새 퍼 올려 허공에 뿌리고 있다
-계간『시와 정신』(2013년 봄호)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 > 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문재 - 봄날 / 봄날 (0) | 2013.04.20 |
|---|---|
| 흐린 날의 연서 / 함민복 - 어라연에서 띄운 연서 / 박라연 (0) | 2013.04.13 |
| 자작나무 - 류시화 / 김백겸 / 문성해 / 신용목 (0) | 2013.03.28 |
| 그냥 시 모음 -문삼석 / 오탁번 - 그냥이라는 말 / 조동례 (0) | 2013.03.27 |
| 물 속의 집 / 이상국 - 저수지 / 송찬호 (0) | 2013.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