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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 장마 / 장마 / 장마철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7. 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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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천상병

 

 

내 머리칼에 젖은 비
어깨에서 허리께로 줄달음치는 비
맥없이 늘어진 손바닥에도
억수로 비가 내리지 않느냐,
비여
나를 사랑해 다오.
저녁이라 하긴 어둠 이슥한⑵
심야(深夜)라 하긴 무슨 빛 감도는
이 한밤의 골목 어귀를
온몸에 비를 맞으며 내가 가지 않느냐,
비여

나를 용서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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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천상병

 


7월 장마 비오는 세상
다 함께 기 죽은 표정들
아예 새도 날지 않는다.


이런날 회상(回想)은 안성맞춤
옛친구 얼굴 아슴프레 하고
지금에사 그들 뭘 하고 있는가?


들에 핀 장미는 빨갛고
지붕밑 제비집은 새끼 세마리
치어다 보며 이것저것 아프게 느낀다.


빗발과 빗발새에 보얗게 아롱지는
젊디 젊은 날의 눈물이요 사랑
이 초로(初老)의 심사(心思) 안타까워라 ―
오늘 못다하면 내일이라고
그런 되풀이, 눈앞 60고개
어이할꺼나
이 초로의 불타는 회한(悔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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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천상병

 


어제는 비가 매우 퍼붓더니
오늘은 비가 안 오신다
올해 장마는 지각생이다.


테레비 뉴스를 보면
올 장마에
큰 수해를 입었다는데
나는 외국 소식인가 한다.


장마여 비여 적당히 내리라
그래야 올 농사가
잘 될 것이 아닌가!

 

 


―시집『천상병 전집』(평민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