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내가 훔치고 싶은 ♠ 시

다보탑을 줍다 / 유안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7. 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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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탑을 줍다

 

유안진

 

 

고개 떨구고 걷다가 다보탑을 주웠다
국보 20호를 줍는 횡재를 했다
석존(釋尊)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실 때
땅속에서 솟아나 찬탄했다는 다보탑을


두 발 닿은 여기가 영취산 어디인가
어깨 치고 지나간 행인 중에 석존이 계셨는가
고개를 떨구면 세상은 아무데나 불국정토 되는가


정신차려 다시 보면 빠알간 구리동전
꺾어진 목고개로 주저앉고 싶은 때는
쓸모 있는 듯 별 쓸모없는 10원짜리
그렇게 살아왔다가 그렇게 살아가라는가.

 

 

 

(『다보탑을 줍다』. 창비. 2004)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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