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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고운기
2004년 6월 27일이었다
전북 고창군 미소사 요사채의 처마에
새끼 네 마리를 낳은 제비 부부와 만났다
밤이었다
일본의 옛 노래를 공부한 선생이
나지막이 불렀다
서기 6세기 귀족의 노래
―그대가 떠난 궁정에
그대의 옷자락 휘날리던 바람만 남았네*
제비 부부는
새끼들에게 둥지를 내준 채 처마 밑 전깃줄에 앉아 자는데
머리는 둥지를 향하고 있었다
궁정을 떠나듯
중지를 버리리라
전깃줄만 남을 것이다
―시집『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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