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제비 / 고운기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8. 1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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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고운기

 


2004년 6월 27일이었다


전북 고창군 미소사 요사채의 처마에

새끼 네 마리를 낳은 제비 부부와 만났다


밤이었다

일본의 옛 노래를 공부한 선생이

나지막이 불렀다

서기 6세기 귀족의 노래


―그대가 떠난 궁정에

  그대의 옷자락 휘날리던 바람만 남았네*


제비 부부는

새끼들에게 둥지를 내준 채 처마 밑 전깃줄에 앉아 자는데

머리는 둥지를 향하고 있었다

궁정을 떠나듯

중지를 버리리라


전깃줄만 남을 것이다

 


 

―시집『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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