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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임희구
구원할 것도 없는 망망한 집에
단골인 집사님이 찾아왔다
책장의 책을 뒤적인다
불교에 관한 책이 있냐고 묻는다
커피 한 잔 타드릴까요?
어제 전도하러 간 집에서 노스님을 만났단다
성경을 참 잘 알더란다
적을 알고 싸워야 적을 이길 수 있으니
불교서적 있으면 몇 권 빌려달란다
불교에 관해 뭘 좀 알고 얘기를 해야
스님을 교회로 인도할 수 있겠단다
모처럼 강적을 만났다는 듯
집사님 힘이 넘친다 커피 탈
맹물이 팔팔 끓는다
―시집『소주 한 병이 공짜』(문학의 전당,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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