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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상자 안의 사내
정군칠
굴비를 보면
짚을 꺼내오던 사내 있었다
한 두릅 묶고 풀기를 반복하던
사내
서까래에 썩은 냄새 진동했다
하나로 엮인 몸들이 어디론가 끌려가
뜨거운 총열에 고꾸라졌다
포개진 주검 아래 이 앙다물고
남의 피 빌려 산
목숨 있었다
아랫집 혼자 늙어가던 사내를
배달된 홈쇼핑 굴비상자 안에서 본다
더운밥 한 끼 올리기도 전
굴비처럼 몸이 굳어간
아버지가 있었다
―시집『물집』(애지,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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