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제비 / 문태준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8. 1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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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문태준

 

 

제비를 보았네

하얀 배를 뒤집으며 나는

하늘

한 층

한 층의 악흥(樂興)

그 위로는

더 멀리 가는 더 큰 새가 날더군

낯 씻고 옷 갈아입고 보았네

밥 먹다 보았네

마당 쓸다 보았네

꾸중 듣다 보았네

밝은 공간을 보았네

내가 섬돌과 처마 사이

그 한 층에 깃들어 살듯

더 얹고자 바라는 것 없이

오, 한 층,

나의 평정(平靜),

한 층이면 눈물 마르리

바람과 같이

그곳을

들썩들썩하며 나는 가느니

 

 

 

―시집『먼 곳』(창비,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