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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문태준
제비를 보았네
하얀 배를 뒤집으며 나는
하늘
한 층
한 층의 악흥(樂興)
그 위로는
더 멀리 가는 더 큰 새가 날더군
낯 씻고 옷 갈아입고 보았네
밥 먹다 보았네
마당 쓸다 보았네
꾸중 듣다 보았네
밝은 공간을 보았네
내가 섬돌과 처마 사이
그 한 층에 깃들어 살듯
더 얹고자 바라는 것 없이
오, 한 층,
나의 평정(平靜),
한 층이면 눈물 마르리
바람과 같이
그곳을
들썩들썩하며 나는 가느니
―시집『먼 곳』(창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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