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굴비상자 안의 사내 / 정군칠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8. 1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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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상자 안의 사내

 

정군칠

 

 

굴비를 보면

짚을 꺼내오던 사내 있었다

한 두릅 묶고 풀기를 반복하던

사내

 

서까래에 썩은 냄새 진동했다

 

하나로 엮인 몸들이 어디론가 끌려가

뜨거운 총열에 고꾸라졌다

포개진 주검 아래 이 앙다물고

남의 피 빌려 산

목숨 있었다

 

아랫집 혼자 늙어가던 사내를

배달된 홈쇼핑 굴비상자 안에서 본다

 

더운밥 한 끼 올리기도 전

굴비처럼 몸이 굳어간

아버지가 있었다 

 

 

 
―시집『물집』(애지,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