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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한테 가는 길
감태준
일곱 살 여덟 살, 나를 닮은 아이들이
역에 나가 우는 것은
내가 철길을 따라 너무 먼 도시로 온 탓이다
내가
도시를 더듬고 다니다가
저희들한테 가는 길을 잃어버린 탓이다
저희들한테 가는 길을 찾는다 해도
이젠 같이 놀아줄 수 없이 닳아빠진 얼굴을
나는 차마 내밀 수 없는 탓이다
안개 속에 묻히는 철길을 바라보며
또 어디 몇 군데
연탄재같이 부서지는 마음아
눈 오는 이 밤 따라
아이들이 더 서럽게 우는 것은
내가 저희들한테 돌아갈 기약마저도 없는 탓이다
(『월간 조선』. 조선일보사. 2001. 12)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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