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아이들한테 가는 길 / 감태준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8. 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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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한테 가는 길


감태준

 


일곱 살 여덟 살, 나를 닮은 아이들이

역에 나가 우는 것은

내가 철길을 따라 너무 먼 도시로 온 탓이다


내가

도시를 더듬고 다니다가

저희들한테 가는 길을 잃어버린 탓이다


저희들한테 가는 길을 찾는다 해도

이젠 같이 놀아줄 수 없이 닳아빠진 얼굴을

나는 차마 내밀 수 없는 탓이다


안개 속에 묻히는 철길을 바라보며

또 어디 몇 군데

연탄재같이 부서지는 마음아


눈 오는 이 밤 따라

아이들이 더 서럽게 우는 것은

내가 저희들한테 돌아갈 기약마저도 없는 탓이다

 

 


(『월간 조선』. 조선일보사. 2001. 12)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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