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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들추다
김명인
아이들이 운동장 가운데로 달려가고 있다
펼쳐진 시야가 소리를 삼키는지
저들의 함성 이곳까지 도달하지 않는다
공터 너머 깊숙한 초록은 연무 뒤에서 숨죽이고
실마리 모두 지워버린 무언극의 무대 위로
헐거운 한낮이 멈출 듯 지나가고 있다
아이들이 이리저리로 공을 따라 쏠리지만
고요 속에 펼쳐놓는 놀이에는
성긴 무늬들만 군데군데 얼룩져 보인다
소리를 다 덜어내고
납작납작 눌러놓은 풍경들 아뜩하다
저 침묵 들추고 안으로 들어설 수가 없다
―일간『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서울신문. 2013-08-17 토요일)
―시집『여행자 나무』(문학과지성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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