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사랑하지 않는 시간 - kmj 에게 / 고형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8. 17. 08:32
728x90

사랑하지 않는 시간 - kmj 에게


고형렬   
 

 
하루하루 사랑하지 않는 시간이 쌓인다
떨어지는 해그림자의 도시는 벌써 어둡고


저녁이 오면 왜 저녁은 우두커니 있을까
도시의 관청들은 왜 퇴청하지 않을까
왜 가등만 켜놓고 조용조용, 골목길은 끊어질까


저녁 하늘의 시간과 너의 시간이
만나지 않는,
그 꿈의 무인 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에게 하지 못한 사랑과 쓰지 않은 시간을 보챈다


이 북쪽의 시간 속에는
왜 아무도 오지 않을까,
왜 텅 비어 있을까, 왜 약속하지 않았을까


여자도 시간도 쌓이는 것들은 버린다

 

 


―월간『유심』(2013년 7월호)
―시집『지구를 이승이라 불러줄까』(문학동네,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