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낮달 / 전윤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8. 17.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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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

 

전윤호

 

 

아내는 출근하고

아이들은 학교에 갔다

집이 조용해지자

거세한 고양이는 창틀 위로 올라가

잡히지 않는 새 소리를 듣는다

초록색 눈을 가진 고독이

내려다보는 한낮

결말을 아는 이야기 속에서

마지막까지 견디는 일이

이렇게 지루하다니

성공한 부자가

자신을 영웅이라 생각하는 자서전을 읽다가

몸으로 물음표를 만들고

긴 잠에 빠지다

 

 

 

ㅡ시집『늦은 인사』(실천문학사,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