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 / 이은림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8. 1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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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

 

이은림

 

 

생일 축하해요,

오래전의 그가 말했다

아무 날도 아닐 뻔한 어느 아침

고마워, 라는 말은 그냥

뜻 없는 인사 같은 것


겨우 핀 봄꽃들 위로

사흘째 잠깐씩 눈발이 날린다

분명, 이상한 풍경인데

하나도 어색하지가 않다

다 그런 거지 뭐,

한마디만 던졌을 뿐인데도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생일 축하해요,

그의 말 한마디에

지리멸렬한 시간들이 산뜻해졌다

아무렴 어때, 생일이 뭐 별거야

케이크 값이 아깝지 않기도 처음


구름의 군무는 지겹고 지루했다

언제까지 저 눈발을 보며

안부전화를 드려야 하는 걸까


이 계절에 잘못 내린 눈처럼

끝없이 의심받는 달력처럼

어딘지 불안한 뉴스처럼

또다시 암환자가 되어버린 아빠


아빠, 저는 오늘도 안녕해요

언제든 생일일 수 있고

케이크는 어디서든 살 수 있거든요

아빠, 거기선 벚꽃잎이 눈처럼 날리나요

여기는 진짜 눈이 와요

그래도 봄은, 봄이에요

아마 그럴 거예요

 

 


―계간『시인동네』(2013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