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내가 훔치고 싶은 ♠ 시

석류 / 이가림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11. 2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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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

 

이가림

 

 

언제부터
이 잉걸불 같은 그리움이
텅 빈 가슴속에 이글거리기 시작했을까


지난여름 내내 앓던 몸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구나
영혼의 가마솥에 들끓던 사랑의 힘
캄캄한 골방 안에
가둘 수 없구나


나 혼자 부둥켜안고
뒹굴고 또 뒹굴어도
자꾸만 익어가는 어둠을
이젠 알알이 쏟아놓아야 하리


무한히 새파란 심연의 하늘이 두려워
나는 땅을 향해 고개 숙인다


온몸을 휩싸고 도는
어지러운 충만 이기지 못해
나 스스로 껍질을 부순다


아아 사랑하는 이여
지구가 쪼개지는 소리보다
더 아프게


내가 깨뜨리는 이 홍보석의 슬픔을
그대의 뜰에
받아주소서

 

 

 

―시집『순간의 거울』(창작과비평,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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