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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하는 아가씨
워즈워드
저것을 보게나, 저 들에 오직 혼자서
홀로 곡식 거두며 홀로 노래 부르는
저 외로운 하일랜드의 산골 아가씨.
걸음을 멈추거나, 조용히 지나가게나.
오로지 홀로 베어서는 다발 묶으며
구슬픈 가락으로 노래하는 아가씨.
오 들어보게나, 깊고 깊은 골짜기는
그 노랫소리로 넘쳐 흐른다.
아라비아 사막의 그늘진 쉼터에서
지친 나그네 무리를 위로하는
나이팅게일의 멋진 목소리로도
이 고운 노래를 따르지 못하리.
머나먼 곳 헤브리디즈 섬에서
바다에 들린 적막을 깨뜨리는
봄날에 우는 뻐꾹새의 구슬픈 소리도
이처럼 가슴 죄게 하지는 못하리
이 노래에 사연을 말해 줄 이 있을까?
애끓는 가락이 넘쳐 흐름으로 미루어
지난 날의 불행한 슬픈 이야기든가?
까마득한 옛날의 싸움 이야기런가?
아니면 오늘의 사연이 깃들인
좀더 소박한 노래이런가?
지금까지 있었고, 또한 앞으로도 있을
슬픔이며 여윔이며 괴로움의 노래일까?
담긴 사연이야 어떻든 아가씨는 내내
끝이 없을 듯 오래 오래 노래를 불렀지.
나는 아가씨가 일하며 노래 부르며
허리 굽혀 낫질하는 것을 보면서,
꼼짝 않고 서서 조용히 귀 기울였지.
내가 산언덕에 올라섰을 때
이미 들리지 않은 지 오랜 뒤에도
그 노래는 마음에 계속 울렸지.
-김희보 엮음『세계의 명시』(종로서적,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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