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외국시♠시를 읽어야 할 시간

어둠 속에서 고양이가 울 때 / 김승강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8. 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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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고양이가 울 때

 

김승강

   

 

저 고양이는 내가 혼자라는 걸 알고 있는 거야

아침에 골목길을 막 돌아서는데

저 놈이 힐끔 나를 쳐다봤어

짧은 순간이었지만 뭔가 알고 있는 눈치였어

고양이가 운다

아기 울음소리로

섧게 섧게

저 울음은 나 들으라는 소리가 분명하다

고양이 속에는 아기가 들어 있어서

태어나지 못한 내 아기가 들어 있어서

고양이 속에서 운다

태어나지 못한 내 아기가

나 들으라고 울고 있다

섧게 섧게

마을이 갑자기 이상하리만치 조용해졌다

모두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무심한 듯 집안에서 가만히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고 있다

건넛집 남자가 딱 한번 고함을 꽥 지른 적이 있을 뿐이다

고양이가 섧게 우는 날은

내 아이가 우는 날

사람들이 잠들지 못하고 깨어있다는 걸 나는 안다

잠들었던 자들은 잠에서 깨어나서

잠들지 않았던 자들은 아기가 저토록 섧게 울 수 있느냐 듯

어둠 속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저 울음소리는 나 들으라는 소리

 

 

 

―웹진『시인광장』(201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