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산 ♠ 시

빈 산 / 김지하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9. 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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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산

 

김지하

 


빈 산
아무도 더는
오르지 않는 저 빈 산


해와 바람이
부딪쳐 우는 외로운 벌거숭이 산
아아 빈 산


이제는 우리가 죽어
없어져도 상여로도 떠나지 못할 아득한 산
빈 산


너무 길어라
대낮 몸부림이 너무 고달퍼라
지금은 숨어
깊고 깊은 저 흙 속에 침묵한 산맥 속에
숨어 타는 숯이야 내일은 아무도
불꽃일 줄도 몰라라


한줌 흙을 쥐고 울부짖는 사람아
네가 죽어 저 산에 죽어
끝없이 죽어
산에
저 빈 산에 아아


불꽃일 줄도 몰라라
내일은 한 그루 새푸른
솔일 줄도 몰라라.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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