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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든다는 것은
이태관
물의 온기로
차의 향내를 풀어내는 일처럼
산에 드는 것은
마음의 어혈을 풀어내는 일이다
산 꿩 울음소리가
우듬지 사이로 길을 내고 있다
산의 탯줄은 질기기도 하여
길은 무덤까지 이어져 있다
물소리 끊기어
더욱 낮아지는 하늘
산에 드는 것은
온몸을 비우는 일이다
산수유 꽃 진 자리
진달래 피고
그 꽃 위로 산벚꽃 온몸으로 흩날리는
산에 드는 것은
하늘과 더욱
가까워지는 일이다
―시집『사이에서 서성이다』(문학의전당,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