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산 ♠ 시

산에 든다는 것은 / 이태관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9. 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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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든다는 것은

 

이태관

 

 

물의 온기로

차의 향내를 풀어내는 일처럼

산에 드는 것은

마음의 어혈을 풀어내는 일이다

산 꿩 울음소리가

우듬지 사이로 길을 내고 있다

 

산의 탯줄은 질기기도 하여

길은 무덤까지 이어져 있다

 

물소리 끊기어

더욱 낮아지는 하늘

산에 드는 것은

온몸을 비우는 일이다

산수유 꽃 진 자리

진달래  피고

그 꽃 위로 산벚꽃 온몸으로 흩날리는

 

산에 드는 것은

하늘과  더욱

가까워지는 일이다

 

 

 

―시집『사이에서 서성이다』(문학의전당,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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