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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浦口) / 윤성택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9. 1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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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浦口)


윤성택
 

 

음악이 내 안 깊은 곳까지 닻을 내릴 때

그 멀미가 우두커니 생에 정박한다

쓸쓸히 끝나는 낙조처럼 몇 겹 파도가 접히고

여백뿐인 격랑이 새벽으로 밀려간다

 

첼로가 천천히 제 음으로 밝히는 야경,

밤은 그 음계로 전깃줄을 엮는다, 포구의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마다 이끼 낀 음표가 돋아 있다

담벼락에 그물이 걸어놓은 비린내가

깨진 병처럼 시리다

 

갈매기 깃같이 떨리는 속눈썹에 입술이 닿아

시력을 부화하는 느낌,

파도는 소리를 씻어 불 켜진 창문에 놓는다,

여전히 시간은

테트라포드 같은 숫자를 부딪쳐오는 중이다

당신은 아직 내밀하다

 

 

 

―계간『시인동네 』(2014.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