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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浦口)
윤성택
음악이 내 안 깊은 곳까지 닻을 내릴 때
그 멀미가 우두커니 생에 정박한다
쓸쓸히 끝나는 낙조처럼 몇 겹 파도가 접히고
여백뿐인 격랑이 새벽으로 밀려간다
첼로가 천천히 제 음으로 밝히는 야경,
밤은 그 음계로 전깃줄을 엮는다, 포구의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마다 이끼 낀 음표가 돋아 있다
담벼락에 그물이 걸어놓은 비린내가
깨진 병처럼 시리다
갈매기 깃같이 떨리는 속눈썹에 입술이 닿아
시력을 부화하는 느낌,
파도는 소리를 씻어 불 켜진 창문에 놓는다,
여전히 시간은
테트라포드 같은 숫자를 부딪쳐오는 중이다
당신은 아직 내밀하다
―계간『시인동네 』(2014.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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