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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 유치환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4. 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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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삼천리》(1941. 4) 수록
-김희보 엮음『한국의 명시』(가람기획 증보판,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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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均熱)/이호우

 
차라리 절망을 배워 바위 앞에 섰습니다.
무수한 주름살 위에 비가 오고 바람이 붑니다.
바위도 세월이 아픈가 또 하나 금이 갑니다. 


-김희보 엮음『한국의 명시』(가람기획 증보판,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