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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 박성우 카톡 좋은 시 79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5. 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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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79     

어머니

 

박성우

 

끈적끈적한 햇살이

어머니 등에 다닥다닥 붙어

물엿인 듯 땀을 고아내고 있었어요

막둥이인 내가 다니는 대학의

청소부인 어머니는 일요일이었던 그날

미륵산에 놀러 가신다며 도시락을 싸셨는데

웬일인지 인문대 앞 덩굴장미 화단에 접혀 있었어요

가시에 찔린 애벌레처럼 꿈틀꿈틀

엉덩이 들썩이며 잡풀을 뽑고 있었어요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은 어머니,

지탱시키려는 듯

호미는 중심을 분주히 옮기고 있었어요

날카로운 호밋날이

코옥콕 내 정수리를 파먹었어요

 

어머니 미륵산에서 하루죙일 뭐허고 놀았습디요

뭐허고 놀긴 이놈아, 수박이랑 깨먹고 오지게 놀았지

 

 

시집거미(창작과비평,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