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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등뻐꾸기의 전언/복효근 - 카톡 좋은 시 92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5. 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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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92      

검은등뻐꾸기의 전언

복효근

 

5월 봄밤에 검은등뻐꾸기가 웁니다

그 놈은 어쩌자고 울음소리가 홀딱벗고, 홀딱벗고 그렇습니다

다투고는 며칠 말도 않고 지내다가

반쯤은 미안하기도 하고

반쯤은 의무감에서 남편의 위상이나 찾겠다고

쳐지기 시작하는 아내의 가슴께는 건드려보지도 않고

윗도리는 벗지도 않은 채 마악 아내에게 다가가려니

집 뒤 대숲에서 검은등뻐꾸기 웁니다

나무라듯 웁니다

하려거든 하는 것처럼 하라는 듯

온몸으로 맨몸으로 첫날밤 그러했듯이 

처음처럼, 마지막일 것처럼 그렇게 하라는 듯

홀딱벗고 홀딱벗고

막 여물기 시작하는 초록빛깔로 울어댑니다

 

시집마늘촛불(애지,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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