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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최승자
세월만 가라, 가라, 그랬죠.
그런데 세월이 내게로 왔습디다
내 문간에 낙엽 한 잎 떨어뜨립니다.
가을입디다.
그리고 일진광풍처럼 몰아칩디다
오래 사모했던 그대 이름
오늘 내 문간에 기어이 휘몰아칩디다.
ㅡ시집『내 무덤, 푸르고』(문학과지성사,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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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가을이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 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무너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폐수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ㅡ시집『이 時代의 사랑』(문학과지성사,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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