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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 이창기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7. 3.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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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이창기

 

 

한 사나흘 깊은 몸살을 앓았다

며칠 참았던 담배를 사러

뒷마당에 쓰러져 있던 자전거를

겨우 일으켜 세운다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는데

웬 여인이 불쑥 나타나

양조 간장 한 병을 사오란다

깻잎 장아찌를 담가야 한다고

 

잘 있거라

처녀애들 젖가슴처럼

탱탱한 바퀴에 가쁜한 몸을 싣고

나는 재빠르게 모퉁이를 돌아선다

 

근데

이미 오래 전에 한 사내를 소화시킨 듯한

저 여인은 누구인가

저 여인이 기억하는

혹은 잊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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