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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이창기
한 사나흘 깊은 몸살을 앓았다
며칠 참았던 담배를 사러
뒷마당에 쓰러져 있던 자전거를
겨우 일으켜 세운다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는데
웬 여인이 불쑥 나타나
양조 간장 한 병을 사오란다
깻잎 장아찌를 담가야 한다고
잘 있거라
처녀애들 젖가슴처럼
탱탱한 바퀴에 가쁜한 몸을 싣고
나는 재빠르게 모퉁이를 돌아선다
근데
이미 오래 전에 한 사내를 소화시킨 듯한
저 여인은 누구인가
저 여인이 기억하는
혹은 잊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시집『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문지, 2005)
ㅡ박혜경 이광호 엮음『쨍한 사랑 노래』(문지,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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